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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양자·반도체 등 ‘中 투자 제한’에 정부·업계 “예의주시”

美, AI·양자·반도체 등 ‘中 투자 제한’에 정부·업계 “예의주시”

기사승인 2023. 08. 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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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험' 분야 투자 금지 및 사전 신고 의무화
조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반도체 등 3개 분야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9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반도체 등 3개 분야의 중국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탈 등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관련 국내업계는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예의주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서 미국 정부는 첨단 군사·정보·감시 및 사이버 지원 역량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및 마이크로 전자제품 △양자 정보 기술 △특정 AI 시스템 등 3가지 분야를 국가안보 기술 및 제품으로 선정하고 중국을 우려 국가로 지정했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도 우려국가로 포함됐다. 향후 우려국가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특정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 등을 신고해야 하며, 미 재무장관이 특정 투자에 대한 금지 등을 결정한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은 "군사·정보·감시 또는 사이버 지원 역량에 핵심적인 민감하거나 첨단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고 악용하려는 우려 국가들에 의해 제기되는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및 마이크로 전자제품과 관련해선 △전자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또는 반도체 제조 장비 △첨단 집적 회로의 설계, 제조 또는 패키징 △슈퍼컴퓨터의 설치 또는 판매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다. 덜 발전된 집적회로의 설계, 제조 및 패키징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고하도록 했다.

양자 기술과 관련해선 △양자 컴퓨터 및 특정 부품 생산 △특정 양자 센서 개발 △양자 네트워킹 및 양자 통신 시스템 개발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금지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다. AI 시스템과 관련해선 AI 시스템을 통합하고 군사 또는 정보 응용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특정 최종 용도를 위해 설계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에 대해선 신고하도록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세부 시행규칙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재무부는 '사전 규제 도입안 공고(ANPRM)'가 관보에 게재된 후 45일간 규칙 초안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을 받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이번 행정명령이 내년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이 미국 대선의 해인 만큼 본격적인 시행까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디리스킹(위험 제거)'라는 명목하에 투자 분야에서 공급망 사슬 끊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중국은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국가 안보를 빙자해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했는데 그 진짜 목적은 중국이 발전할 권리를 박탈하고 미국의 패권과 사리사욕을 지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당장은 한국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와 국내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대응에 있어 동맹의 참여를 강도 높게 촉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에 대한 동참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고위당국자는 "이러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계속 긴밀히 조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일단 내다보면서도 미국의 세부 지침 마련 등 동향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공동명의로 된 참고자료에서 "미국의 해외투자 제한 제도는 앞으로 이뤄질 투자에 적용되고 적용 범위가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한정돼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분석 내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우리 정부 및 업계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당국 관계자는 "양자컴퓨팅 분야의 경우 아직 산업화가 안 된 초기 단계로 아직까지 단기적으로 국내에 미칠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며 "양자 컴퓨팅 센서를 우리가 자체 개발하고 있고 냉동기 같은 경우 제3국인 핀란드에서 들여오고 있어 미중 갈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와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미국이 제한하는 품목이 우리가 중국에 투자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오는 효과나 피해는 당장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중 간 싸움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한다든지 하는 조치가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국내 반도체와 AI 등의 생태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모델, AI 서비스로 구성되는 AI 생태계 내 각 단계에서 우리 주권을 확보하는 문제를 더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라며 "그렇지 않으면 가속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아래서 AI 주권 자체가 종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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