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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교육부 대입방침 혼선에 둘로 갈라진 교육계…‘교사 패싱’ 비판도

‘정시 확대’ 교육부 대입방침 혼선에 둘로 갈라진 교육계…‘교사 패싱’ 비판도

기사승인 2018. 04. 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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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각 대학에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요청에 이어 정시 모집 확대 요청 논란
교육계 수시 확대 VS 정시 확대로 양분
교사들 "교육부 대입정책 결정과정 불투명…공론화 과정 거쳤어야"
'교사 패싱'도 우려
교육적페 청산을 위한 집회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교육적페 청산을 위한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수능최저폐지 반대 및 대입정시확대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교육부가 최근 대학 입시전형에서 수시모집에 적용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라고 대학에 요청한 데 이어 정시모집 비율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교육계에서는 수시와 정시파로 양분돼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교사들은 이번 교육부의 대입정책 결정과정에 완전히 배제됐다며 ‘교사 패싱’을 우려하며 격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가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시 확대에 제동 나선 교육부…오락가락 대입정책 논란

교육부는 최근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상인 2020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페지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각 대학에 전달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둬 수능 성적을 반영해 왔다. 상위권 학생들의 수능 부담이 큰 이유다. 수시에서 수능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요청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수능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 등 일부 대학 총장들에게 전화나 면담을 통해 정시모집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대입정책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오는 8월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을 중심으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정시모집 확대를 요청한 게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수시를 확대해 올해 진행되는 2019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은 76.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정시모집 비중이 점차 줄어 수시와 정시비율이 9대 1까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 비율이 10~20%대인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정책포럼과 국민청원 등을 통해 제기된 (급격한 정시모집 축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 정시 확대 VS 수시 확대…“밀실 결정·교사 패싱” 비판도

교육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교육계는 수시와 정시파로 양분돼 갈등 양상을 띠고 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비판하며 정시모집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능 최저기준 폐지는 수시 이월 차단으로 정시를 축소시키고 학교생활기록부종합(학종) 전형을 더 ‘깜깜이·불공정전형’으로 변질시켜 음서제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반면 학생들의 입시준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정시모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능 최저기준 폐지계획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수능은 ‘표준화 검사’라는 20세기 중반의 낡은 측정 방식이라 미래사회에 걸맞지 않은 평가방식”이라면서 “한국 특유의 살인적인 입시 경쟁 풍토 속에서 1점에 집착하는 고통과 낭비를 야기하는 평가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능이 공정하다고 ‘흙수저’에게 유리하다 하는데 그건 과거 전두환정부 시절 과외가 금지돼 있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수능이야말로 사교육비 지불여력에 종속되는 철저한 ‘금수저’ 전형”이라면서 “교육부가 정책 결정과정에서 미흡한 대처로 사회적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데 대입정책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은 더 늘어나고 공교육은 더 황폐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10년간 수시 확대 흐름이었다. 수시가 확대되면서 학생부가 대입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 공교육에 참여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정시 확대로 인한 공교육 황폐화의 영향은 중학교에서 초등학교까지 미칠 것이다. 정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입정책 결정과정에서 교사들이 완전히 배제됐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사 패싱’에 대한 강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정 회장은 “학생들의 진로·진학 지도를 해야 할 교사들이 정작 대입정책 결정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면서 “교육부 차관이 총장에게 전화하고 각 대학에 공문으로 내려보내 요청하는 식의 정책 추진은 적절치 않다. 교육부가 예산권과 평가권을 갖고 있는데 대학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상당히 영향을 주는 정책에 대해서는 공청회나 관계자 설명회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역시 “이번 논란은 대입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방법이 투명하지 않았고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것에서 비롯됐다”면서 “3년 대입 예고제에 따라 발표된 대입정책은 절대로 바꾸면 안된다. 부득이하게 바꿔야 한다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납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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