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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병 중 투표한 매케인 의원, 우리 의원들도 보고 있나

[사설] 투병 중 투표한 매케인 의원, 우리 의원들도 보고 있나

기사승인 2017. 07. 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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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미 공화당 매케인 상원의원이 수술자국이 선명한 모습으로 의회에 나와 우레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지난 25일 오바마케어 폐지토론 개시여부를 묻는 상원 투표에 참여해 '의회정신'을 몸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이 자신을 비판했음에도 "그가 대단하다. 미국의 영웅이다"는 말로 추켜세웠다. 표결 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우리나라 국회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매케인은 뇌종양으로 지역구인 애리조나에서 치료를 받다가 눈 부위의 수술자국을 가리지도 않고 의회에 나왔다. 상원의원 1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고, 1표 차이로 가결되었다. 매케인이 치료를 이유로 병원에 머물렀다면 표결은 부결되었을 것이다. 투병중인 매케인이 공화당에 귀중한 승리를 안긴 셈이다. 매케인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라며 미국이 잘 돌아가도록 서로 믿고 협력하자고 말했다.
 

매케인의 모습은 우리 의원들과는 극과 극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그토록 목을 매던 추경예산안을 처리할 때 정족수가 부족해 소동을 벌인 일이 있다.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들이 무려 26명이나 불참한 것이다. 여당 대표가 사과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출장, 지역구 활동 등 이유가 많았지만 망신도 이런 망신은 없다. 정치인들의 의회정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정부 여당에 이번 추경은 '문재인호'의 경제와 일자리가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출장을 떠나고, 지역구 활동을 했다. 이번 사태 말고도 TV에 등장하는 국회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의석 한쪽이 아예 텅 비기도 하고, 군데군데 벌레 먹은 것처럼 빈자리가 많다. 지난 정부에서는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의식이 이 모양이다 보니  소리 지르고,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는 추태가 툭하면 연출된다.     
 

정치인들은 매케인 의원의 처신 소식을 듣고 각자의 의정활동을 돌아보면 부끄럽게 느껴지는 게 많을 것이다.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정신, 동료 의원을 열화와 같이 환영하는 모습도 배워야 한다. 대통령이 입장해도 기립은커녕 박수도 치지 않는 의원이 많은 게 우리 국회가 아닌가.
 

정치권은 특권 내려놓기 등 실천하지도 않을 개혁들을 앵무새처럼 외기보다는 열일 제쳐놓고 회의에 참석하는 작은 것부터 배우고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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