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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워치] “또 제동걸린 합병”… 무산 가능성에 살아난 두산밥캣 투심

[스톡워치] “또 제동걸린 합병”… 무산 가능성에 살아난 두산밥캣 투심

기사승인 2024. 08. 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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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신고서 두 번째 정정 요구
합병 땐 기업가치 평가절하 등 우려 커
26일부터 주가 10.5% 상승… 강세 전환
금융감독원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합병에 또 한 번 제동을 걸면서, 합병 과정에서의 기업가치 희석 우려로 투자심리가 악화했던 두산밥캣의 주가가 강세로 전환했다.

소액주주들의 피해 방지를 우선시하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완강한 태도로 인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이뤄지면 그룹의 대주주가 이전보다 더 큰 배당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되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는 점도 무산 가능성을 높인다.

다시 제출되는 증권신고서가 승인되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2대 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서 매년 1조원 이상 수익을 거두는 두산밥캣을 뺏기는 것과 더불어 회사에 대한 평가절하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반대 입장으로 당초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로 설정한 액수를 넘길 경우, 재정적 부담이 발생해 합병 자체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선 두산 그룹의 합병이 실제로 불발될 경우, 그간 기업가치 평가절하 문제로 위축됐던 두산밥캣에 대한 투심이 회복돼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밥캣 주가는 금감원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번째로 정정을 요구한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총 10.5% 올랐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발 합병 공시를 게재한 지난달 11일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회사의 주가가 강세로 전환한 것이다.

금감원이 지난달에 이어 다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한 건 합병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두산밥캣 주주들의 피해를 고려해서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을 1 대 0.63으로 정했는데,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의 주식으로 교환하는 식이다. 이 같은 비율에 주주들이 불만을 품는 이유는 매년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과 달리 두산로보틱스는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합병에 성공하면,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은 보다 강해진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 후 두산이 갖게 되는 두산밥캣의 실질 지배력은 42%로 확대되고 에너빌리티는 30%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 전 14% 수준에서 30% 가까이 커진 셈이다.

다시 말해 합병으로 두산밥캣 주주들은 피해를 보겠지만, 대주주는 알짜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배당 수익도 늘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두산그룹의 증권신고서를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하겠다고 작심 발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두산 그룹이 두 번째로 정정 요구를 받으면서,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병 결의를 위한 주주총회가 다음 달 25일에 열리는데, 2주 전에 관련 내용을 주주들에게 통보해야 하고 증권신고서 효력도 제출 이후 7거래일 이후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시간에 주주총회가 개최되기 위해선 이달 29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정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추후 증권신고서가 받아들여지더라도 국민연금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을 각각 6.49%, 6.94%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반대 입장을 통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에너빌리티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입장에선 알짜기업이었던 두산밥캣을 잃는 건 수익 측면에서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두산밥캣 회사가 합병 과정에서 평가절하되는 점 역시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로 설정한 액수는 6000억원인데,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 4.5% 수준이다. 이를 초과할 경우, 회사는 분할합병 진행 여부를 다시 한번 검토하게 된다.

합병 무산 가능성이 부각되자, 전문가들은 그간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불리했던 요소들이 조정되거나 해소된다면 합병 이슈로 하방 압력을 키웠던 주가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산밥캣의 주가는 합병비율과 기업가치 평가절하 등의 이유로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급락했다"며 "실제 합병이 무산되거나 정정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조정된다면, 그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두산 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받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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