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공개 저격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부정대출 관련해 작년부터 경영진이 사전에 보고받았음에도, 이사회는 물론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앞서 본지 20일자 <임종룡 등 경영진 강도높은 책임 물을 듯> , 23일자 <금감원 패싱·거짓해명 논란…이복현 "우리금융, 앞뒤 안 맞아"> 에서 제기한 의혹이 금감원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강한 처벌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25일 "작년 은행관련 부서가 부정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으며, 지주 경영진은 올 3월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감독당국은 물론 이사회에 보고·공시하지 않은 점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작년 9월부터 부정대출에 대해 은행 경영진이 알고 있었음에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점, 이사회에 알리지 않은 점, 금감원에는 '여신심사 소홀'로 보고한 후 뒤늦게 수사기관에 '금융사고'로 고소하면서 거짓해명한 점 등이다. 특히 현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금감원에 알리지 않은 점은 물론 언론에는 '부정대출 사실을 몰랐다'는 내용의 거짓해명을 한 점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은 부정대출 내용을 이사회에 알리지 않다가 지난 6월, 금감원 조사 직전에서야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임 회장과 조 행장 임기 중 은행에 손해를 끼칠만한 부정대출이 이뤄진 데다가, 해당 금융사고를 알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점에서 배임 혐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뿐만 아니다. 이 원장은 이번 부정대출 관련 우리은행의 사후처리 방식을 두고 전금융권의 금융질서를 해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이 원장이 각 금융지주 이사회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경영진 견제 역할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해왔던 것과 정면 배치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본지 22일자 패싱·면죄부 논란… 우리은행 '이사회 무용론' 참조>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금융사고를 이제 와서 공시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며 "작년부터 금감원이 이사회 간담회를 하면서 경영진 견제 등을 강조했는데, 우리금융을 보면 금감원이 강조한 부분들이 전혀 안 먹히고 있지 않냐"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3일에야 자사 홈페이지 내 기타 공시에 '금융사고'관련 내용을 게재했다. 은행법상 임직원 등에 횡령, 배임 등 범죄혐의가 있다면 금융사고 발생일로부터 15일 이내에 금감원 등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작년 9월 부정대출 사실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11개월이나 지나서야 공시한 셈이다. 이에 이 원장은 이날 우리금융에 대해 법의 권한 내에서 최고 수위로 제재 절차를 진행할 뿐 아니라 현 경영진 대상 강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원장은 특히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