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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얼차려 사망’ 軍간부 “학대 고의 없었다”…서로 책임 떠넘기기도

‘훈련병 얼차려 사망’ 軍간부 “학대 고의 없었다”…서로 책임 떠넘기기도

기사승인 2024. 08. 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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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는 인정…'학대치사' 혐의는 모두 부인
군기훈련 당시 구체적 발언 공개…28일 2차 공판
구속 심사 마친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YONHAP NO-4008>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지난 6월 21일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군 간부들이 첫 재판에서 학대 고의성을 부인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이날 중대장 강모씨(27·대위)와 부중대장 남모씨(25·중위)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강씨 측은 훈련병들에게 직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는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선 "학대의 고의가 없었고, 그렇기에 사망이라는 결과와 과실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부인했다.

이어 "가 군장 상태에서 부중대장인 남씨가 군기훈련을 직접 통제해 실시하는 것으로 알았으며 완전군장 상태로 실시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망의 책임을 중대장에게 떠넘겼다.

남씨 측 변호인 또한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을 보행하게 한 가혹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명령권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집행하면서부터는 집행권한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사망 결과의 책임을 남씨의 군기훈련 행위에 귀속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한 가혹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박모 훈련병의 사망과 관련한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는 변론에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를 피고인들 측에 요청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함에 따라 군기훈련 당시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발언이 공개됐다.

강씨는 훈련병들에게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를 구호로 팔굽혀펴기를 시켰고, 팔굽혀펴기 중 군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진 훈련병을 향해 "너는 군장 쌀 줄 모르냐, 너는 하루 종일 뛰어라"라며 뜀걸음을 반복시켰다.

이를 감독하던 남씨는 뜀걸음 반복 중 쓰러진 훈련병에게 "힘들어? 아니면 일어나. 나 곧 전역이다. 지금 군법에 따라 군기훈련을 하고 있다"며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강씨는 훈련병 중 1명이 눈물을 보이자 "울지마, 나는 우는 거 싫어해"라며 군기훈련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훈련병 유족 법률대리인은 "피고들이 공통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여 굉장히 안타깝다"며 엄한 처벌을 구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인 완전군장 상태의 뜀걸음, 팔굽혀펴기 등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음으로써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시킬 수 있다.

검찰은 피해자 사망 경위·경과 등을 수사한 뒤 기상 조건·훈련방식·진행 경과·신체 조건 등을 종합했을 때 두 사람이 고의적 학대 행위로 볼 수 있을 만한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한 업무상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30년 이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박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피해 훈련병 5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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