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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교사 정신질환, 일반공무원의 2.2배”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교사 정신질환, 일반공무원의 2.2배”

기사승인 2024. 07. 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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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서울의대 10년치 공상자료 분석…"10년 이상 잠재된 문제가 최근 표면화"
교사 94% "교권 보호되지 않고 있어"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 교사들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일반공무원보다 두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난해 교권 추락 논란으로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각종 교권보호 대책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여전히 현장에 변화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앙보훈병원 민진령 연구부장과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 공동 연구팀은 최근 10년간 공무원연금공단의 공상(공무원 산업재해신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다른 공무원에 견줘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옥스퍼드 직업의학'(Occupational Medicine-Oxford)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학술적 목적으로 공개한 공무상 재해 신청과 승인 결과 10년치(2009∼2018년) 데이터 4만6209명분을 제공받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일반직(행정·기술) 공무원과 비교한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hazard ratio)는 2.16배에 달했다. 정신질환별 세부 위험도는 우울증 2.07배, 급성스트레스 2.78배, 기타 정신질환 2.68배 등으로 분석됐다.

정신질환 발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교사들은 '생존 곡선' 분석에서도 다른 공무원에 견줘 크게 감소했다. 생존 곡선은 동일 그룹에서 연령에 따른 생존율 등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로 이번 연구에서는 시간 경과에 따른 정신질환 발생률을 볼 수 있다. 10년 동안 후향적으로 추적한 이 분석에서 교육공무원의 생존 곡선은 조사 초기 단계부터 일반직 공무원은 물론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보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런 생존 곡선으로 볼 때 교사들의 정신질환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한 게 아니라, 10년 또는 그 이상 잠재됐던 문제가 최근에 표면화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민진령 연구부장은 "교사들의 정신질환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잠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근로환경과 결부한 예방의 중요성이 매우 큰 직업성 정신질환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경찰과 소방, 일반직 공무원의 생존 곡선이 교육공무원의 밑에서 장기간 평행선을 형성하다가 마지막 시점에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은 인사상 불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이들 직업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교사정신건강
대한민국 4개 공무원 직종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 생존곡선. 생존곡선이 하강할수록 정신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교육공무원의 직업성 정신질환 발생율이 시간에 따라 타 공무원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논문 발췌]/연합
특히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교권회복'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를 통해 지난달 서울시민 1000명과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고 서이초 교사 1주기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서울 교사 10명 중 8명은 "현장 변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결된 서이초 수사 결과에 대해 교사의 98.7%, 시민의 83.6%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법적 분쟁은 교사들을 여전히 위축시키고 있다"며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령 개정,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 교사 직무 스트레스를 측정·개선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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