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텅 빈 식당 "식자재비 올랐지만 학생 상대로 음식값 못 올려"
상가번영회장 "대학가 장사는 반년장사…방학엔 학생 없어 장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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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 대학 인근에서 40평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방학이라 학생들이 찾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3일 낮 12시께 박씨의 식당에는 4인용 테이블 16개 중에서 식사 중인 손님은 불과 4명뿐이었다.
박씨는 "손님이 적더라도 식당을 찾는 몇 명을 위해 에어컨을 켠다"며 "고기를 굽는 불판 열기 때문에 가게를 여는 오전 11시부터 마감하는 오후 11시까지 한나절 내내 냉방을 돌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봄에 전기료가 50만원 정도 나온다면 여름철에는 100만원 정도로 2배 가까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낮 12시께 A 대학 앞 거리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한창 붐빌 시간임에도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저렴한 메뉴로 대학생이 많이 찾는 60석 규모의 김밥집은 손님 10명 정도만 자리해 있을 뿐이었다. 김밥을 말던 종업원은 "평소 같았으면 외국인 유학생들까지 찾아와 줄을 설 텐데 이제는 본국으로 돌아갔는지 영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종업원은 "식자재 값도 좀 오른 게 아니다"라며 "김밥에 들어가는 야채나 조미료, 김 값이 모두 올랐지만 학생들 지갑 사정을 고려해 음식 가격을 함부로 못 올리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곳 식당들과 인접해 점심시간 붐비던 카페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카페 점주는 "원래 오전 11시가 되면 정확히 영업을 시작했지만 요즘은 낮 12시에나 문을 연다. 일찍 열어봤자 전기세만 더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주변 술집의 점주도 "안 그래도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술 먹는 학생들이 없는데 방학이면 파리가 날린다"며 "요즘은 부업으로 하던 물류창고 알바가 주된 돈벌이가 돼 버렸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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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70%까지 매출이 줄 수 있다"며 "거기에 일대 재개발로 주민들이 떠나가 경영난이 더 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방학 기간에 대학이 나서 주변 상권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근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인프라 등이 유지돼야 대학도 생존할 수 있다"며 "방학에도 지방에 본가를 둔 학생들이 내려가지 않고 소속 대학 반경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 문제를 조금이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학이 방학기간 해외 연수생들을 적극 유치하거나 비어 있는 대학 기숙사 공간을 외부인도 단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