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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와 갈등 해소 실마리… 지주사 전환 속도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투자자와 갈등 해소 실마리… 지주사 전환 속도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기사승인 2024. 07. 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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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설립 공식화… 내년 하반기 예정
교보생명 의존 벗어나 포트폴리오 강화
어피니티와 풋옵션 논란 분위기 전환
증권·자산운용 등 비보험 사업 기대
'교보금융지주' 설립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숙원이다. 생명보험업의 경영환경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교보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로는 성장에 제약이 있어서다. 내부적으론 2005년부터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했지만,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지난해 2월이다. 보험업의 성장 한계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만큼 금융지주사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지 약 1년5개월이 지났지만 도드라지는 성과는 없다는 평가다. 당초 목표했던 지주사 출범 시기는 올해 하반기였지만, 이사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내년 하반기로 밀린 상태다. 파빌리온자산운용(현 교보AIM운용)을 인수하고 교보증권 등 자회사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비보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교보생명 의존도가 크다. 손해보험업 진출도 추진했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론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교보생명의 발목을 잡았던 재무적투자자(FI)와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태스크포스(TF)를 가동, 금융지주사 전환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발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사전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매수청구권) 분쟁의 장기화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 회장의 지배력을 키우는 한편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년 말까지 지주사 전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 지주사 체재를 출범할 계획이었지만, 추진 계획을 내년 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지주사 전환은 생명보험업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지속성장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성장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교보생명은 산하에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자산신탁 등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금융지주사가 아니어서 보험업법을 적용받는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자기자본의 60%나 총자산의 3% 수준을 넘는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자회사 투자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금융지주사 전환이 필수라는 얘기다. 이는 결국 교보생명의 비보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FI와의 풋옵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이후 성과가 지지부진한 건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어피니티 컨소시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2012년 교보생명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던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8년 풋옵션을 주당 40만원에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교보생명 이사회에는 어피니티 측 인사가 포함돼 있다. 현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민병철 어피니티 에쿼티파트너스 한국총괄대표는 지난 3월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때 어피니티 측과의 의견 조율이 돼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민 대표 이전 사외이사였던 이철주 전 어피니티 회장은 교보생명과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피니티의 주요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분위기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 대표가 이 전 회장과는 달리 물린 자금을 신속하게 회수하는 데 중점을 두는 '실리파'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교보생명도 내부에선 TF를 조직, 이사회 결의가 이뤄진 후 후속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주주 입장에서도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신설 금융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할 계획이다. 이어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단계를 거친다.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 받는 방식이다.

앞으로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등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보생명이 구상하는 최종 금융지주회사 출범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생명보험을 주축으로 증권, 자산운용 등을 넘어 다양한 비보험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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