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대한민국 갈등넘어 통합으로] “아니면 말고” 벌떼처럼 낙인찍기… 죄의식 없는 사이버 렉카

[대한민국 갈등넘어 통합으로] “아니면 말고” 벌떼처럼 낙인찍기… 죄의식 없는 사이버 렉카

기사승인 2024. 06. 23. 17:3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3] 만연한 갈등, '혐오팔이' 시대 <1>
루머, 팩트체크 없이 내용 짜깁기
20대~50대 71% "시청한 적 있다"
전문가 "혐오 조장·갈등 부추겨"
연예인이 유튜브 올린 진돗개 영상
주인 몰래 촬영, 결국 사과하기도
특정 대상을 아무렇지 않게 비방하는 '막말' 콘텐츠는 비단 피식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한 이미지와 품위 유지를 미덕으로 삼던 일부 연예인들마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혐오 대열에 합류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방송인 이경규씨는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진돗개가 동물보호법이 정한 입마개 의무 맹견 품종이 아님에도 이를 반복 지적해 "특정 품종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결국 사과했다. 이씨의 콘텐츠는 '존중 냉장고'라는 이름으로 업로드됐는데, 당사자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 실제 '존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19일 '노빠꾸 탁재훈'에선 일본 유명 AV 배우가 출연해 함께 출연한 20대 아이돌에게 "일본 AV 배우로 데뷔하라. 도와주겠다"는 발언이 아무런 여과 없이 웃음거리로 방영되기도 했다.

이목을 끌기 위해 범죄가 될 만한 이야기를 검증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한 유튜버가 '정의구현'을 앞세워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피해자 동의 없이 공개해 논란이 되는가 하면 또 다른 유튜버는 자신이 당한 전세사기를 다음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일명 '폭탄 돌리기'를 시도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가 결국 삭제하기도 했다.

◇"'사이버 렉카' 본다" 71%…확대된 '혐오 정서'

전문가들은 일반인부터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가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이버 렉카란 교통사고 현장에 경쟁적으로 달려가는 견인차를 빗대어 루머에 대한 확인 대신 조회수를 노린 선정적 제목과 내용 짜깁기를 자행하는 채널을 뜻한다.

문제는 사이버 렉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대~50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연예인 등 유명인의 사건·사고를 다룬 사이버 렉카의 콘텐츠를 본 사람은 71.4%였다.

이들은 사이버 렉카 콘텐츠를 보는 이유로 △제목·섬네일이 눈길을 끌어서(59.2%) △정보를 빠르게 알려고(34.3%) △상세한 내용을 알려고(31.1%) 등을 꼽았다. 사이버 렉카가 가공한 정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이버 렉카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지면서 '혐오 정서'가 전반적인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미 존재하는 사회 갈등이 주원인…자정 필요"

사이버 렉카의 콘텐츠 소비가 사회 갈등으로 연결된다는 지적과 함께 이미 사회 저변에 깔린 '혐오와 갈등'이 '사이버 렉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신행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렉카가 악의적 표현을 사용할 경우 댓글 생산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 등 온라인에서 사회적 혐오 대상으로 삼는 대상들을 다룰 때도 악플 생산이 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혐오 정서가 사이버 렉카를 통해 반향되며 증폭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악플을 조장하는 콘텐츠의 특성은 공격 대상을 악의적으로 다루는 '직접 방식'이 아닌,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의 요소를 자극해 사용자들의 적대적 의식이 발현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라고 분석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