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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와치독, 애완견, 로이어 그리고 라이어

[데스크칼럼] 와치독, 애완견, 로이어 그리고 라이어

기사승인 2024. 06. 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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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민
주영민 정치부장
흔히 언론을 '와치독'(watch dog)이라고 한다. 감시견.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아무래도 언론이 여론의 '빅마우스'(big mouth)이자 '온갖 뜬 소문의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기준' 역할을 하다 보니 권력자들을 견제하는 기본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을 '애완견'이라며 비하해 논란이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재판에 출석하며 언론을 겨냥해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자신이 추가 기소된 것에 대해 검찰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에 배치되는 증거가 여럿인데도 언론이 진실을 파헤칠 노력은 고사하고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에게 언론은 와치독이 아닌, 권력에 빌붙어 지키는 가드독(guard dog)조차도 못 되는, 순종하고 꼬리를 흔드는 랩독(lap dog)인가 보다. 거대 야당의 수장이자 차기 대권주자가 바라보는 언론의 위치가 이정도인데 나머지는 말을 해서 무엇하랴. 민주당 일각에선 한 발 더 나아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 민주당 인사는 '기레기'(기자+쓰레기)도 아닌, "쓰레기"라고 매도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언론을 향해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는 것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과연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 돼 그들만 대변했을까. 언론에 소속된 기자는 사실(fact)을 통해 진실(truth)을 추구하지, 진실만을 찾아 보도하는 게 아니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며 밝힌 내용은 사실이다.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도 사실이다. 기자는 사실을 보도하고 판단은 독자가 한다. 사실이 진실일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다. 기자는 객관적으로 검찰의 발언을 담았을 뿐이다. 이 대표가 검찰의 기소가 왜 부당한지 입장을 내놓으면 사실이기에 기자는 보도한다. 역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 대표는 변호사출신이다. 변호사는 영어로 로이어(lawyer)다. 영미권에선 변호사를 거짓말쟁이 즉, '라이어(liar)'라며 비아냥거린다. 국민들은 지난 4·10 총선 민주당 공천에서 '비명횡사·친명횡재'를 목도했다. 당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관리한 변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고 배지를 달았다. 다만, 일부 변호사 출신 인사는 성범죄자를 변호한 이력 등이 드러나면서 고배를 들었다. 그 누구도 낙마한 변호사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호사 의무에 충실한 것마저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된다며 옹호했을 뿐이다. 다시 애완견 논란으로 돌아가보자. 이 대표는 언론이 검찰이 주는 정보를 받아 왜곡·조작한다며 '애완견'이란다. 언론 기능이 유튜브 등 디지털 수단으로 확대된 세상에서 검찰과 짜고 사건을 조작한다고 한들 전적으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설마, 이 대표는 언론이 민주당의 애완견이 되길 바라는 것인가. 그런 게 아니라면, 거대 야당의 수장의 말 한마디가 주는 파급력을 생각하며 단어를 고르는데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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