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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찰, 해외유학생 가정에 ‘가족 납치형 보이스피싱’ 주의보

호주 경찰, 해외유학생 가정에 ‘가족 납치형 보이스피싱’ 주의보

기사승인 2024. 06. 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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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퍼스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17 세 소년이 사기꾼에게 속아 가짜 납치 사건을 벌인 후 부모에게 보낸 사진. /서호주경찰
가족을 떠나 호주에 홀로 남겨진 젊은 해외 유학생들이 납치를 가장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건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호주 주요 언론은 4일 서호주에서만 지난해 8월 이후 4명의 유학생 가족이 납치를 가장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면서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종 사기 사건은 지난 3월 서호주 퍼스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17세 학생의 가족이 밧줄에 묶인 채 상처를 입은 아들의 모습이 담긴 녹취와 이미지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피해 학생은 범죄 단체의 협박으로 자작 납치극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범죄 조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은 이 학생에 대한 정보와 위조 문서를 사용해 학생이 범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꾸민 후 가족에게 아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본국으로 추방될 위험에 처했다고 겁을 주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서호주 경찰은 "사기범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피해자를 안심시킨 후 학생으로부터 돈을 갈취했다"며 "피해 학생이 더 이상 돈을 내지 못하면 가상 납치 사건을 꾸며 부모로부터 돈을 타 내라고 부추겼다"고 밝혔다.

또다른 피해자의 경우 납치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한화로 약 2억원의 몸값을 내야 한다는 동영상을 부모에게 보냈으며, 이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 연령대는 17세부터 20세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에 휘말린 어린 나이의 피해자들이 공포에 싸여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며 유사한 사례가 더 많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피터 폴리 서호주 형사과장은 "피해자들이 이번 사건으로 심각한 재정적,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사기범들은 호주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유학생에게 호의를 베풀며 친분을 쌓은 후 피해자와 가족 간의 거리를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계가 전체 상황을 다 보여주지는 못하며 무력감과 수치심에 빠진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를 탓할 필요는 없으며 가까운 곳에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며 모든 피해자가 앞으로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서호주 경찰 당국은 "외국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자가 실제로 안전하게 호주에 있고, 호주 경찰에 의해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학과 협력해 유학생들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학생들에게 이런 사기 사건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의 연락처를 미리 부모에게 알려둘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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