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책가방 메고 공부·소풍, 매일이 즐거워요”

기사승인 2024. 05. 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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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대학 '7학년 교실' 가보니
70대 노년층 대상 일상생활 공백 채워
역사·체육·미술 등 맞춤형 교과과정 제공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7학년 교실
서울 금천구 서울시민대학 모두의학교 캠퍼스에서 진행한 7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7일 수업을 듣고 있다. /정재훈 기자
"책가방을 매고 학교에 들어와서 다시 공부하니 올 때마다 들뜨게 되는 것 같아요."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7일 오후. 진명자(75·금천구) 씨는 쌀쌀한 날씨에도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뒤로는 책과 학습파일, 필기구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 옛 한울중학교였던 서울시민대학 모두의 캠퍼스에 들어섰다.

세찬 비에 옷은 다 젖었지만 학교에 들어서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부반장인 제갈무상(76·금천구) 씨를 보자 환하게 반기며 수업 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주 숙제였던 '수업 내용 잊어버리지 않고 오기'를 수행하기 위해 옆자리에 앉은 다른 친구에게 조선 초기의 역사를 묻기도 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7학년 교실
서울 금천구 서울시민대학 모두의학교 캠퍼스에서 진행한 7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이날 진 씨가 참여한 수업은 '7학년 교실'이다. 7학년 교실은 7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관계를 확장해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후를 돕기 위해 마련한 교과 강좌로 이뤄진 프로그램이다.

4시간짜리 수업은 역사와 체육으로 나눠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자신이 가져온 노트 위에 수업 내용을 필기하며 집중력을 발휘했다. 강사는 잠깐 나른해지는 수업 중간중간 재미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드라마와 영화를 접목해 설명하기도 했다.

2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어르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이야기를 나눴다. 진 씨도 역시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나섰다. 진 씨는 "지난해 동네 친구가 이 수업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 처음 강의를 듣게 됐다"며 "아직 감을 못 잡겠지만 학교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으로 다닌다"고 말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7학년 교실
서울 금천구 서울시민대학 모두의학교 캠퍼스에서 진행한 7학년 교실에서 쉬는 시간 학생들이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이후 체육수업은 노년층이 필요한 기능과 균형 감각들을 일깨우기 위한 과정으로 열렸다. 요가 매트 위에서 가볍게 몸을 풀어준 뒤 풍선을 활용해 평소 잘 쓰지 않은 근육을 단련시켰다. 자신의 짝들과 모인 어르신들은 10대 청소년처럼 웃음을 자아냈다.

7학년 교실은 어르신들이 학교 오는 즐거움을 한층 더하기 위해 일반 교육과정과 최대한 비슷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기 초에 반장과 부반장 선거를 열며 가까운 근교로 소풍도 간다. 학급 담당자는 "처음 수업 커리큘럼을 전달할 때 소풍도 예정됐다고 하니 귀찮아하셨다"면서도 "이제는 소풍날만을 기다리시고, 수업날만을 기다리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7학년 교실
서울 금천구 서울시민대학 모두의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7학년 교실에서 쉬는 시간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을 찾아 수업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1학기 1회차에는 역사 교육과 체육 수업이 진행되며, 2회차에는 미술·글쓰기 교실이 열릴 예정이다. 2학기에는 집단상담, 퍼스널브랜딩, 영양교실, 7학년 합창 등 어르신 맞춤형 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여름·겨울방학도 있다.

김종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본부장 "코로나 이후 부모님들 세대에 일상생활 공백이 나타났다. 이분들을 위해 하루 일과를 어떻게 되찾아줘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기획하게 됐다"며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활력을 불어넣고 고립감을 해소시키고, 관계 형성을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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