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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이복현 금감원장이 농협 지배구조 때리기 나선 배경은

[취재후일담] 이복현 금감원장이 농협 지배구조 때리기 나선 배경은

기사승인 2024. 03. 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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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증명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인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2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한 발언입니다. 금감원이 잇따라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들에 대한 검사를 펼치는 것에 대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겁니다.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모습인데요.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논란이 됐던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갈등이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습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 양측의 기싸움이 벌어졌었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농협의 경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지만 리스크가 명확히 구분돼 있는지는 고민할 부분"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금산분리 원칙, 내부통제 관련한 부분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서 잘 챙겨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금융당국이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고, 대수술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금감원이 109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발생한 농협은행, 파두 문제에 연루된 NH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농협금융지주까지 검사 대상을 확대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농협 지배구조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이 농협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금융당국은 농협의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분리) 이후에도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지주와 농협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죠.

이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특수한 모습입니다. 금융지주법과 농협법을 동시에 적용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엄격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따라 금산분리 예외 적용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강화하길 바라는 모습입니다. NH투자증권 CEO 선임 문제에서 갈등이 빚어졌지만, 전문성을 지닌 인물이 CEO로 선임돼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농협금융이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건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명분에도 허점은 있어보입니다. 그동안 농협금융지주의 CEO는 대부분 관 출신이기 때문이죠. 이에 금융당국이 여전히 농협금융을 관치 금융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란 우려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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