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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이끄는 여성작가 3인의 3색 ‘풍경’

‘K-아트’ 이끄는 여성작가 3인의 3색 ‘풍경’

기사승인 2024. 03. 1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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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4일까지 갤러리현대 기획전
60년대생 중견작가 옛 작품 한자리
도윤희, 연필로 그린 6m 대작에 압도
정주영, 김홍도 진경산수화 일부 담아
김민정, 수채물감·먹 활용기법 주목
갤러리현대 기획전 '풍경' 전경
갤러리현대 기획전 '풍경'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1층 전경. 도윤희 작가의 작품 '밤은 낮을 지운다'(왼쪽)와 정주영의 '김홍도, 시중대(부분)'이 함께 걸려 있다. /갤러리현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들어서면 K-아트를 이끄는 중견 여성작가 3인의 작품 세 점이 서로 마주보고 조응하듯 걸려 있다. '풍경'이라는 주제로 한 자리에 모인 이 그림들은 각각 도윤희(63), 김민정(62), 정주영(55)의 초기작들이다.

올해 54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 상업화랑 갤러리현대는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펼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이들 여성작가 3인의 옛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풍경'전을 13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현대 김민수 큐레이터는 1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세 작가 모두 1960년대 생이며 회화로 천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인 이들이 20~40대에 치열하게 작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갤러리현대] 도윤희 작가 - 포트레이트 이미지
도윤희 작가./갤러리현대
전시장 1층에 걸린, 가로 6m가 넘는 대작인 도윤희의 '밤은 낮은 지운다'는 전시작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다. 마치 검은 흑연을 지우개로 지워가며 남은 흔적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이다. 연필로 그려진 이 작품은 상당히 노동집약적이다. 작품 제목은 작가가 일기장에 시처럼 남긴 문구들 중 일부를 따왔다.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천국과 지상의 두 개의 침묵은 이어져 있다' 등 그의 다른 작품들도 시적인 제목이 달려, 보는 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1세대 서양화가이자 정물화 대가인 도상봉의 손녀이기도 한 도윤희는 20세기 최고 화상이자 아트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인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에서 2007년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여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도윤희는 "노동력이 들어간 작업을 좋아한다"며 "예나 지금이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현대] 정주영, 김홍도, 시중대(부분)
정주영의 '김홍도, 시중대(부분)'./갤러리현대
'산(山)의 작가'로 잘 알려진 정주영(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학하던 1995∼1997년 작품과 1998년, 1999년 한국으로 돌아와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정주영의 작품에 관해 김 큐레이터는 "김홍도의 '시중대'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진경산수화 속 풍경의 일부를 크게 확대해 그린 것"이라며 "큰 붓으로 쓸어내리듯 표현한 그의 작품은 실경과 진경, 추상과 구성의 경계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정주영은 "1995년 김홍도 탄생 250주년 기념전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그 전시 도록을 암스테르담으로 가져가 작업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위해 한 20년 만에 작품을 꺼내보니 쑥스럽기도 하지만 굉장히 의미 있다"고 전했다.

[갤러리현대] 김민정, Natura, 1996
김민정의 ' Natura'./갤러리현대
지난 30여 년 동안 지필묵(紙筆墨)의 전통을 서구 추상미술의 조형 어법과 결합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해 온 김민정은 이번 전시에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탈리아에서 완성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한지를 이용한 그의 작품은 수채 물감이 먹을 밀어내며 흥미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주목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김민정은 한지 끝을 태우고 곧바로 불을 꺼 남은 조각을 섬세하게 배열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불을 이용하기 시작한 작품인 '태양 속 달'도 볼 수 있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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