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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최대 100% 배상비율에 금융권 당혹…“소송전 우려”

홍콩 H지수 ELS 최대 100% 배상비율에 금융권 당혹…“소송전 우려”

기사승인 2024. 03.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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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규모 수조원 이를 수도"
적극적 배상 압박에 투자자 책임원칙 훼손 지적
배상 결정 시 배임 이슈도 고민
"반복되는 사태, 법원 판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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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 부분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며, 은행 등 판매사들이 투자손실의 최대 100%까지 배상할 수 있다는 기준안을 내놓자 금융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보다는 배상비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할 것이라며 판매사들의 적극적인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들이 배상해야 하는 부담이 수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당장 이번 분쟁조정안에 대한 법률검토와 배상해야 하는 규모를 산출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배상을 결정하게 되면 은행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고, 배상비율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금융권은 투자자 책임원칙이 훼손됐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1일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검사결과[잠정]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이 기준안에는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에 따라 0%에서 100%까지 배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안이 담겨 있다.

다만 금감원은 DLF사태 당시 평균 배상비율(50~60%)보다는 하락하고, 다수의 사례가 20~60% 사이에서 분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8000억원 수준이었던 DLF와는 달리 H지수 ELS 판매규모는 18조8000억원에 이르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만 15조1000억원에 달해 은행 등 판매사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훨씬 크다. 지난달까지 만기가 된 2조2000억원 규모 중 총 손실금액만 1조2000억원 수준이고, 연말까지 현재 지수가 유지되면 추가 예상 손실이 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된다. 배상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판매사는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노력은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 시 참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에 분쟁조정기준을 수용해야 할 상황이지만, 배임 이슈와 함께 소송전 비화 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는 DLF와 달리 접근이 용이하고 많은 국민들이 인지하고 가입했던 상품인 만큼, 기본적으로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원칙이 훼손됐다"며 "배상 결정이 선례가 될 수 있어 업계는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판매 규모가 큰 은행들은 우선 계약에 따른 배상 규모를 산출하고 관련 법률 검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ELS 손실에 대한 배상이 배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배상비율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법원의 판단을 통해 판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DLF 당시에도 손실 배상에 대한 법적 판단 없이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자율배상을 실시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판례를 만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한 상품은 원금 손실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은행들은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꺼리고 대출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에 대해 종합적으로 진단한 뒤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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