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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포도 농장, 공급과잉으로 묘목심기 중단 움직임

호주 포도 농장, 공급과잉으로 묘목심기 중단 움직임

기사승인 2024. 03. 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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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생산용 포도 공급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호주 정부가 업계를 떠나고 싶어하는 포도 재배자들을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스플레쉬
호주 최대 와인 생산지의 포도 재배자들이 레드와인 공급과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포도나무 심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호주 에이비시(ABC) 뉴스는 6일(현지시간) 호주 와인 재고가 올림픽 수영장 860개를 채울 수 있는 20억ℓ를 넘겼다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수백 명의 포도 재배자들이 사업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와인의 공급과잉 문제가 농산물 투자를 장려한 1990년대의 세금 감면 제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약 10만명이 와인 포도, 아몬드, 아보카도 농장 등에 투자하면서 재배 면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재배 면적 확대로 와인 포도가 과잉 생산될 것이라는 경고등은 2000년 초반에 나왔지만, 수출과 내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서 2015년에는 호주 전체 포도의 64%를 레드와인 포도가 차지하게 됐다면서 이제 공급과잉 문제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과잉생산으로 대형 와이너리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포도 농장의 수익성은 더 악화했다. 호주 농수산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초반 한화 약 130만원에 달했던 가장 저렴한 포도 가격은 현재 1970년대 초반 가격인 약 1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생산비용은 톤당 약 30만 원으로 많은 농부가 한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 단체 관계자는 낮은 포도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리지 않는 대형 와이너리들은 좋은 이윤을 무기로 수출을 늘릴 수 있었다면서, 정부가 포도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포도 재배자들도 지금의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포도 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다른 농업 분야의 실패에서 교훈을 배우지도 못했고, 개혁도 서둘지 않은 것이 위기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너도나도 수익이 높다고 여겨진 포도 재배에 나서면서 대형 와이너리에 의존한 결과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 이 전문가는 지금의 문제는 개별 농장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업계 전체가 재배 면적 축소나 생산량 할당과 같은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가 계속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농장들도 나오고 있다. 3대째 포도밭을 운영 중인 페트리아 번 농장 대표는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의 와인을 더 많이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와이너리에 판매하지 않고 직접 와인을 생산하는 데 쓰는 포도 비율을 현재 50%에서 장기적으로 75~80%까지 늘려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번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저렴한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면서 수익성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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