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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공동체’ 들고 베트남 찾는 시진핑…포섭 성공할까

‘운명공동체’ 들고 베트남 찾는 시진핑…포섭 성공할까

기사승인 2023. 12. 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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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TNAM CHINA DIPLOMACY <YONHAP NO-2687> (EPA)
12일 정오께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의 모습. 시 주석은 12~13일 베트남을 국빈방문한다/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13일 베트남을 국빈방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베트남을 찾아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지 약 3개월 만이다. 베트남은 올해 'G2'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모두 방문함으로써 가장 뜨고 있는 국가임을 재차 확인받게 됐다.

◇ 3·3·3 각별한 형제국가…운명공동체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베트남은 최고 수준의 관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중국과 가장 먼저 수립했고 올해 15주년을 맞이한다. 6년만에 베트남을 찾는 시 주석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베트남 방문이다. 시 주석은 12일 쫑 서기장을 만나고 13일 호치민묘소에 헌화 후 브엉 딩 후에 국회의장·팜 민 찐 베트남 총리·트엉 국가주석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당시에는 없었던 예포 21발로 시 주석을 환영한다.

중국과 베트남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과 쫑 서기장은 모두 '3연임'에 성공했다. 쫑 서기장은 지난 2021년 특별 후보자 형식으로 65세 제한인 서기장 연령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서기장 3연임에 성공했다. 이런 쫑 서기장이 3연임 성공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 역시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의 중국이다. 시 주석 역시 지난해 3연임 성공 이후 첫 외국손님으로 쫑 서기장을 맞아 들여 중국 최고권위의 훈장인 우의훈장을 수여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중국과 베트남도 모두 각별함을 드러내고 있다. 시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양국 모두 대(對)베트남·대(對)중 관계 발전을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이자 전략적 선택으로 간주해 중요시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공산)당·국가·인민이란 3대 외교 경로 모두를 통해 오랫동안, 깊이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직 베트남을 운명공동체로 포섭하지 못했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일대일로 사업에 앞서 시 주석이 2013년 주창한 것으로 중국의 대외관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 질서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계관이자 주변국과 개도국을 적극적으로 포섭·결집시켜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라 할 수 있다. 캄보디아·라오스·태국·미얀마 등 대륙부 동남아 국가들은 모두 공식적으로 참여했지만 베트남은 유일하게 참여를 피해왔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이 당초 거론된 예상 시점보다 늦어진 것 역시 양국 관계에서 '운명공동체' 표현을 직접 거론하길 바라는 중국과 이를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베트남의 입장 차이 때문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방문을 앞두고 12일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게재한 특별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마치 친척과 이웃을 방문하는 것처럼 매우 친근한 느낌"이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은 동지이자 형제로, 전통적으로 깊은 우의를 가져왔다"며 "중국과 베트남 양국이 전략적 의미를 갖는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구축함으로써 아시아 미래공유공동체·인류미래공유공동체 구축이란 대업에 더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아시아 지역의 장기적 발전과 이웃간의 우정을, 더 크게는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베트남어로 실린 시 주석의 기고문에는 '운명공동체'라는 직접적인 단어 대신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표현이 쓰였다.

Vietnam China <YONHAP NO-1230> (AP)
지난 2017년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모습/AP 연합뉴스
◇신중 기하는 베트남…대나무외교 어떻게 이어질지가 '관전포인트'
같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은 필연적으로 밀접한 정치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베트남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제1의 수입시장·제2의 수출 시장인 중국은 그 경제적 중요성도 무척 크다. 중국에게도 베트남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기저엔 늘 미묘함이 깔려 있다. 과거 약 1000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는 북속시기를 겪었던 베트남은 역사 내내 강한 이웃인 중국으로부터 주권을 지키는 문제에 직면해왔다. 현대에서도 중월전쟁을 치렀고 지금도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 중이다. 당과 국가 차원에선 (사회주의) 이웃·우정·동지·친척·형제 등 친밀한 수식어가 등장하지만 베트남 국민 개개인의 차원으로 들어간다면 뿌리 깊은 반중감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으로서도 수많은 전쟁을 치렀던 강한 이웃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부담감도 크다.

베트남으로선 정치·안보·경제적인 이유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올해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중국과 동등하게 최고 관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베트남은 중국의 위치를 새롭게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한 양국 관계를 어떻게 새로 포지셔닝할 것인가 하는 '포장'의 문제가 걸려있는 셈이다. 베트남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 밝혔고 중국 외교부 역시 역시 이번 국빈방문에서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논의가 포함될 것"이라 밝혔지만 이것이 베트남의 운명공동체 공식 참여를 의미하는진 아직 불분명하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선 베트남과 중국을 잇는 철도 등 교통 인프라 업그레이드·통상·무역과 희토류를 비롯한 주요 자원문제 등 경제문제 역시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중국은 쿤밍과 베트남의 항구 도시인 하이퐁을 잇는 철도를 비롯, 양국을 연결하는 철도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보조금 지원 등과 베트남산 농산물 수입 확대 의사도 내비쳤다. 중국은 베트남 북부 지역을 중국 남부 공급망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베트남 역시 더 많은 중국 투자·관광객 유치·수출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이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 중국 차관 유입에는 신중함을 기하고 있는데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쫑 서기장을 필두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유연한 '대나무외교'를 표방하는 베트남은 그간 실리 중심의 등거리·균형 외교를 펼쳐 왔다. 대중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 여러 국가와 협력관계를 다각화 하는 동시에 중국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고 안정적인 정치·안보·경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베트남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베트남이 어떻게 자신의 지정학적 유리함을 활용한 대나무 외교를 펼칠 것인가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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