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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드라마 속 달라진 여성 서사...‘여성, 스크린을 넘어 스토리가 되다’

[새책]드라마 속 달라진 여성 서사...‘여성, 스크린을 넘어 스토리가 되다’

기사승인 2023. 11. 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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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정영희·이은숙 3인이 공동 집필한 대중문화 비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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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가 여성을 인식하고 담아내는 내용과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대중문화 속에 그려진 여성은 작품 내 보조자 역할이거나,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남성의 대립항으로서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남성을 조연으로 두고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끌어가는 이야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약하고 희생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강하고 당당하며 주체적인 여성이 환영받고 있다.

신간 '여성, 스크린을 넘어 스토리가 되다'는 드라마, 영화, 예능, 팟캐스트, 웹툰 등의 주요 작품 분석을 통해 달라진 여성의 모습을 살펴본 대중문화 비평서다. 여성들이 스스로 콘텐츠의 중심이 된 작품들, 그중에서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 25편을 선정해 분석했다. 주제 자체가 전복적인 작품도 있고,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숨어 있는 의미를 해석해낸 작품도 있다. 책을 통해 2023년 대한민국에서 달라진 여성 서사와 캐릭터를 미디어가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 연구자 허은, 드라마 연구자 정영희, 여성지 편집장 이은숙 3명의 여성 필자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여성의 캐릭터, 몸, 연대, 모성 4개의 장으로 나누어 해당 작품을 분석했다.

1장은 새롭고 개혁적인 '여성 캐릭터'에 관한 내용이다. 현모양처, 신데렐라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던 게 불과 20~30년 전이다. 드라마 속 여성들은 달라졌다. 자식보다 자신의 야망을 선택한 엄마,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로비스트, 연하남을 사랑하는 유부녀, 왕의 사랑을 거부하는 궁녀, 사춘기 딸을 둔 유능한 킬러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관념은 변화했고, 캐릭터가 담아내는 영역은 확장되었다.

2장은 대중매체가 상업화했던 '여성의 몸'에 대한 논의를 담았다. 오랫동안 여성의 젊고 아름다운 몸은 강력한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해왔다. 여성들의 외모가 실력보다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더 나은 사회적 자원을 갖기 위해 평생 다이어트와 외모 가꾸기에 시달려야 했다. 여전히 여성의 몸을 대상화, 상품화하는 강력한 시선이 존재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스스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몸을 표현하고 있다. 강하고 힘센 몸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3장은 '여성 연대'를 주제로 했다. 대중문화 속 여성들의 관계는 남성이라는 로맨스 자원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로 더 많이 묘사되었다. 최근 여성주의 서사가 유행하면서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여성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이야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여성들은 우정의 주체로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투쟁을 위한 전략적 동지로서 다른 여성과 연대를 쌓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여성 집단, 여성공동체에 관해 새롭게 써 내려간 이야기도 흥미롭다.

4장은 오랫동안 여성 서사를 대표해왔던 '모성'을 다루었다. 가부장제의 역사는 전통적으로 여성을 모성의 틀에 가두고 희생과 헌신을 강요했으며, 대중문화는 이러한 모성을 확대 재생산해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혈연이나 모성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라는 견해가 확산되면서 모성 신화는 무너져 내렸으며, 대중문화는 자유 의지로 모성을 실천하는 여성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조윤커뮤니케이션. 240쪽. 1만7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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