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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노르마’ “유려한 선율과 압도적 무대”

[리뷰]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노르마’ “유려한 선율과 압도적 무대”

기사승인 2023. 11. 0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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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오예 파격적 연출로 원작에 새옷...3500여개 십자가 '압권'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무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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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노르마'의 한 장면./예술의전당
오페라 '노르마'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의 시작을 알리는 유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흐르자 객석의 관객들은 숨죽인 채 무대 위 한곳을 바라봤다. 드넓은 무대 위 홀로 계단 위에 오른 '노르마' 역의 소프라노 데시레 랑카토레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정결한 여신이여'는 전설의 디바로 불리는 마리아 칼라스의 음색으로 너무나 익숙한 탓일까. 랑카토레는 외면의 카리스마와 내면의 고통을 모두 담아야 하는 이 곡의 도입부부터 관객을 사로잡지는 못했으나 뒤로 갈수록 풍부한 음색을 뽐냈다.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는 소프라노에게 고난이도의 가창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20세기 들어 '노르마'는 자주 공연되지 않았는데 이는 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낼 소프라노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무대에 오른 랑카토레는 2021년 이탈리아 방송사가 선정한 '현존하는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 4인 중 하나로,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세 시간 가까이 펼쳐진 이번 공연에서 유연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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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노르마'의 한 장면./예술의전당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다. 일단 '노르마'가 국내에서 14년 만에 공연되는 데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2016년 시즌 개막작으로 초연됐던 프로덕션을 재현한, 그야말로 귀한 무대였다.

2014년 별세한 명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이자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인 로베르토 아바도,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을 진두지휘한 천재 연출가 알렉스 오예 등 최고의 제작진이 함께 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공연이었다.

특히 막이 열리자마자 3500여 개의 십자가로 장식된 무대가 탄성을 자아냈다. 그로테크스하면서도 미학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무대는 2막에서 현대적인 실내 공간으로 변신해 객석을 놀라게 했다. 여사제인 노르마 역시 워킹맘처럼 정장을 입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오예는 작품의 시대와 배경, 인물 캐릭터까지 바꿔놓는 레지테아터 연출로 원작에 완전히 새 옷을 입혔다. 특히 작품의 결말을 바꿔놓았다. 노르마는 불길에 뛰어드는 대신 아버지 오르베스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벨리니가 만든 유려한 선율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막장 드라마에 버금가는 삼각관계 이야기도 여전히 흥미를 끄는 소재다. 억압 받는 여성을 상징하는 '노르마' 역시 지금도 세상 곳곳에 있다. 오늘날의 노르마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작품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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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노르마'의 한 장면./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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