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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서 열려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서 열려

기사승인 2023. 10. 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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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태피스트리 국내 첫 소개…과천관서 내년 2월 18일까지
이신자 전시 전경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 회고전 전경./국립현대미술관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93)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섬유예술'이란 말조차 없던 1970년대에 태피스트리를 국내에 소개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작가의 생애와 작업 전반을 작품 90여점과 아카이브 30여점을 통해 알리는 자리다.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한 이신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늘과 실을 이용해 섬유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섬유예술은 자수가 대세였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실로 천을 메꿔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짜고, 감고, 뽑고, 엮는 다양한 기법과 함께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 같은 일상의 재료들을 활용하며 섬유예술 영역을 넓혀갔다. 작은 크기 작품이 주류를 이뤘던 시대에 작가는 해외에서 접한 대형 작품들에 영향을 받아 큰 작품도 시도했다.

회고전은 이러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연대기순으로 소개하며 변화 과정을 살핀다. 1950∼1960년대 초기작에서부터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가 드러난다. 염색과 자수가 독립적으로 구분되던 시기, 파라핀을 이용한 납방염 기법으로 염색하고 실로 수를 놓아 한 화면에 염색과 자수를 동시에 담았다. 또한 쇠망에 염료를 묻혀 바탕을 찍고 그 위에 천을 붙이거나 수를 놓는 등 실험적인 기법도 시도했다.

작가는 1972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태피스트리 작품 '벽걸이'를 출품하며 처음으로 국내에 태피스트리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는 같은 해 제작한 태피스트리 '숲'을 통해 당시 기법을 보여준다. 올 풀기를 통해 독특한 표면 질감을 표현하고 이미 짜인 실을 밖으로 돌출시키는 부조적인 표현으로 입체적 재질감을 살린 작품이다.

'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로 불리는 1984∼1993년은 그의 작업이 절정에 이른 때였다. '실로 그리다'란 이번 전시 제목처럼 회화 같은 태피스트리 작업에 매진한 그는 고향 울진 앞바다에 반사된 일출과 석양의 빛, 산과 나무의 형상을 그림처럼 담아냈다. 1980년대초 화가였던 남편(장운성 화백)과 사별한 뒤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대비로 상실과 절망을 표현했다. 태피스트리는 회화와 견줄 수 있는 섬유 작품을 하고 싶었던 그의 바람을 구현하기에 딱 맞는 매개물이었다.

이신자는 "섬유미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져 좋다"며 "섬유미술이 회화 분야에 빠지지 않는 분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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