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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러시아와 관계 악화에 ‘푸틴 영장발부’ ICC 가입키로

아르메니아, 러시아와 관계 악화에 ‘푸틴 영장발부’ ICC 가입키로

기사승인 2023. 10. 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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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 의회, ICC 설립협정 찬성 60 반대 22로 가결
러시아 "잘못된 결정…CSTO 대체 할 수 없을 것"
Armenia ICC <YONHAP NO-3118> (AP)
3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의회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설립 협정인 로마 규정 비준 여부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AP 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과의 영토분쟁 등으로 수년간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아르메니아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가입을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주도하는 군사 동맹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일원인 아르메니아의 이례적 행보가 국제 안보 지형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AP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의회는 찬성 60표, 반대 22표로 ICC의 설립 협정인 로마 규정을 비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60일 후 발효될 예정이며, 아르메니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된다.

ICC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납치한 전쟁범죄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ICC 회원국으로 합류하면 원칙적으로 아르메니아는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 입국했을 경우 그를 체포해야 한다. 지난달 러시아는 ICC 가입을 추진하는 아르메니아 정부에 대해 "비우호적인 조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압박에도 ICC 가입을 결정한 아르메니아는 이번 조치는 러시아와 아무 상관이 없으며, 아제르바이잔의 전쟁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이 다수의 아르메니아계 전쟁포로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의 해명에도 러시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르메니아 의회의 ICC 가입 결정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부분의 아르메니아인은 CSTO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라며 아르메니아 정부와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메니아는 20여년 전부터 ICC 가입을 추진해왔다가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로마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리며 절차를 중단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헌법 개정이 이뤄졌으며, 지난 3월 헌재는 로마 규정 서명이 현재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아르메니아는 이번 결정이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을 둘러싸고 급격히 악화한 러시아와 아르메니아의 관계가 ICC 가입 절차 재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020년 러시아는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대부분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기도록 했다.

또 지난달 19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간 무력 충돌 끝에 아제르바이잔이 사실상 승리하자, 아르메니아는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2000명의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아제르바이잔군의 군사 공세를 방관했다며 러시아에 화살을 돌렸다.

이에 러시아는 아르메니아가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서방과 밀착하며 자국과의 관계를 훼손한 탓이라며 반박했다.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와 거리를 두면서 CSTO에서도 탈퇴하는 강수를 둘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양국의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휴먼라이츠워치의 발키스 자라 수석 고문은 아르메니아의 ICC 가입 결정을 환영하면서 "아르메니아의 로마 규정 비준은 전쟁범죄가 처벌받지 않는 시대가 끝났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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