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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칼럼] 교권 없는 교육은 ‘사상누각’ 지금이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

[오응환 칼럼] 교권 없는 교육은 ‘사상누각’ 지금이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

기사승인 2023. 07. 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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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객원논설위원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20대 초임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족들은 학부모의 지나친 민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다며 정확한 원인규명을 요구 중이라고 한다. 경찰과 교육청의 철저한 조사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을 자처했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대한민국에서는 스승은 부모와 같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었다. 그러나 작금에 들어 연일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뉴스가 뜬다. 급기야 26일 아침 뉴스엔 초등학교 5학년생이 화장실 변기 뚜껑을 교실로 가져와 교사를 위협했다는 보도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대체적으로 교권의 추락을 그 이유로 드는 데 별 이견이 없다. 그동안 학생의 인권과 학부모의 입김은 세진 반면 교권은 초라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교권 추락의 이유는 무엇일까?
 교권 추락의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의 교육시장이 대학입시에만 초점이 맞춰지며 인기학과와 좋은 대학에 가는 데 사교육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의 실력이 절대적으로 사교육 강사보다 못한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을 펼칠 여건의 차이라고 본다. 소위 일타강사로 연간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스타 강사의 상당수는 공교육 교사 출신인 것을 보면 그렇다. 스타 강사는 스스로 스태프(staff)를 두고 강의 준비에 도움을 받으며 경쟁력을 높여나간다.

 그런데 현직교사들은 교과연구를 해야 할 시간에 사무업무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충분한 교과 연구 시간과 학생과 사제지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부모의 교권침해 도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다. 수업 중 졸고 있는 학생을 교사가 깨우거나 나무라면 학부모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피곤한 아이를 왜 깨우느냐"고 항의를 한다고 한다.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와 씨름해야 하는 교사의 일상적 업무 스트레스, 민원제기와 소송 등으로 갑질을 해대는 학부모 스트레스도 알고 지내는 교사가 토로하는 고충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입에서 킬러 문항 배제', '사교육 카르텔 타파 천명'은 대단히 시의적절했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기초 지식을 습득함과 동시에 협동심과 배려심, 규칙의 준수를 단체생활을 통해 자연스레 몸에 익히는 것이다. 

 킬러 문항 출제로 사교육에 매달리게 하는 것은 청소년 야구선수에게 눈앞의 승리만을 위해 변화구만을 던지게 해 팔을 못 쓰게 만드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청소년 축구의 월드컵 성적은 우수하나 성인 축구로 와서는 그러지 못한 것도 긴 안목에서 선수를 키우지 않고 눈앞의 승리만을 위해 선수를 혹사시키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 지인인 축구지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당면한 교육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교육현장에서 예체능 수업의 대대적 강화를 제안하고 싶다. 축구, 야구 등 단체  경기를 통해 학생은 인내심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날리고 정해진 룰을 지키며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훈련을 하게 될 것이다.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교권도 바로 설 것이다. 또한 미술과 음악 수업으로 학생들이 여유 있는 삶을 살 준비가 될 것이다.

 교권 추락의 또 다른 큰 원인인 학교폭력 해결 문제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주장을 주목하고 싶다. 이 교수는 "사법권이 없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교폭력 사건 해결을 맡기지 말고 학교전담경찰의 교내 배치"를 주장한다. 교사가 해결할 수준이 아니라는 견해인데 필자도 동의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으니 치외법권을 누려야 할 학교울타리 안에 공권력(학교전담경찰) 투입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교육현장에 불거진 여러 문제가 해결돼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교직에 투신한 선생님들이 밝은 미소로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부모의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젊은 교사의 죽음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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