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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매뉴얼 선생님의 속마음

[여의로] 매뉴얼 선생님의 속마음

기사승인 2023. 07.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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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m
산업부 홍선미 기자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하시겠어요?"

1년 전 아이의 친구 엄마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속상했던 일을 털어놨다. 괴롭히는 친구 때문에 집에 와서 우는 아이를 보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대뜸 학폭위 이야기를 꺼내서 당황했고, 생각할수록 선생님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두 아이의 화해를 지도하겠습니다, 상대방 아이가 먼저 괴롭히지 않도록 주의를 주겠습니다"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는데 학폭위라는 말로 학부모를 뒷걸음질 치게 하는 선생님의 대응방식이 매우 사무적이라는 생각이 나 역시 들었다.

하지만 최근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등을 접하면서 내가 가진 '요즘 선생님들'이라는 편견을 되돌아보게 됐다.

"학생들에게 아무 말 할 수 없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무력감을 느낀다." "혹시나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까봐 교사를 때리는 아이를 제지할 수 없다."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매뉴얼로 대응하는 선생님 뒤에는 과도하게 자기 아이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유별난 학부모들이 있었다. 정당한 훈육에도 '아동학대'를 운운하고, 그런 부모 탓에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교사를 협박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교사들이 사무적이다 못해 무기력해졌고 급기야 최근 참사까지 발생한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최근 교권 보호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은 늦었지만 반갑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당,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하며 사실상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지적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과 자유,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학생 인권에만 과도하게 무게가 쏠리면서 교사의 정당한 지도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학생인권과 교권이 상충되는 가치로 비쳐지는 것은 우려스럽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둘 다 보호해야 하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제로섬으로 볼 수 없다. 최근 교육 현장의 가슴 아픈 사건들이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점을 찾는 쓴 약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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