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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먹지 말자”…등 돌리는 베트남

“개·고양이 먹지 말자”…등 돌리는 베트남

기사승인 2023. 07. 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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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하노이시의 한 개고기 식당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개와 고양이를 먹는 문화가 있는 베트남에서 개·고양이 식용이 점점 외면받고 있다. 개고기 식용 문화 근절을 권고하던 당국도 "개와 고양이 고기를 거부하는 도시를 만들자"고 나섰다.

5일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는 전날 개와 고양이 고기의 식용·소비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거래와 소비 중단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베트남은 옛부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개와 고양이를 먹는 문화가 남아 있다. 식용 개고기의 경우 생고기가 ㎏에 약 15~20만동(8천원~1만1000원), 조리된 고기의 경우엔 20~40만동(1만1000원~2만2000원)에 판매된다.

따 반 뜨엉 하노이시 농업·농촌개발부 부국장은 "하노이는 베트남의 정치·경제·문화·과학의 중심지일뿐만 아니라 평화를 위한 도시"라며 "개와 고양이를 식용으로 거래하고 도축하는 것이 하노이를 찾는 관광객들과 거주 외국인들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당국이 인도적인 동물 복지 활동을 포함해 식용을 위한 개·고양이 거래·도축 등을 엄격히 처리해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노이시는 지난 2018년부터 개·고양이 식용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식용 자제를 권고했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물론 광견병·콜레라 감염 등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있다며 "개와 고양이를 먹는 습관을 버리자"고 강조했고 이 캠페인으로 그 해 하노이시의 개고기 식당의 약 30%가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응우옌 응옥 선 베트남 축산협회 상임 부회장은 "개·고양이 식용 근절 캠페인 시행 4년이 지난 지금 문을 닫는 도축장과 식당들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점차 개·고양이 식용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하노이 시민 카인(63)씨는 5일 본지에 "베트남엔 개고기가 몸에 좋은 보양식이고 먹으면 불운을 쫓는다는 믿음이 있다. 소호(작은 호랑이)라 불리는 고양이 고기도 먹으면 그 영험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믿어 가족·친척들이 함께 먹으러 가는 경우도 많다"며 "자녀들과 손주들이 먹지 않겠다고하니 나와 친구들도 점점 식용을 포기하고 대신 닭이나 다른 고기를 먹는다"고 말했다.

개고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도 VN익스프레스 등에 "음력 월말이나 명절에 매출이 좋아지지 않겠나 기대해도 수요가 줄어 시장 자체가 죽었다"며 "개·고양이 요리로 유명해 12개 이상의 도축장이 있고 사람들이 붐비던 지역도 2~3곳만 남고 모두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문화 전문가인 응우옌 아인 홍은 베트남인들이 개·고양이 식용 문화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로 네 가지를 꼽았다. △미디어를 통한 동물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 △ 질병과 위생 등을 고려해 엄격해진 먹거리 선택 △동물을 거래나 도살의 대상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인식의 확산 △개·고양이 고기 식용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른 연쇄효과다.

베트남엔 현재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고양이의 도축과 소비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전문가들은 "도축과 검역 과정에서 엄격한 규정과 감독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식용 문화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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