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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간 사실상 핵 공유 길 튼 워싱턴 선언

[사설] 한·미 간 사실상 핵 공유 길 튼 워싱턴 선언

기사승인 2023. 04. 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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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한국에 핵을 배치하는 효과를 내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는데 미국과 핵 공유의 길을 텄다는 평가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첨단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해 압도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선언의 핵심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을 사용하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80분간 정상회담을 열어 새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해 운용하고 북핵 공격 시 즉각 정상 협의를 갖기로 명문화했다. 핵을 탑재한 잠수함도 40년 만에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했다.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전개 횟수도 더 늘리기로 합의됐다. 기존의 핵우산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대응인데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한·미 합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보다는 약하고 기존 핵우산보다 강화된 게 특징이다. NATO에는 핵폭탄을 장착한 전투기가 배치되어 있다. 한국엔 핵을 배치하지 않고 핵 공격 시 미국이 핵으로 대응하되 한국이 핵 사용 등에 깊이 간여하게 된다. 미 언론은 한국이 핵 포기 대가로 미 핵 사용 논의에서 더 큰 발언권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선언은 우리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그냥 눌러있기로 했는데 자체 핵무장을 포기한다는 얘기다. 자체 핵을 보유하고 있을 때와 핵 공격을 받은 후 한·미 대통령이 협의해서 핵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효율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같은 핵이라도 한국 핵과 미국 핵을 보는 북한의 눈은 전혀 다를 것이다.

NCG는 효율성 극대화가 중요하다. 현재 양국 외교·국방(2+2) 차관 주축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운용 중인데 이를 장관급으로 격상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례 회의를 통해 북한 동태 파악, 정보교환, 실전훈련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가동돼야 한다. 그래야 핵무기를 사용하면 정권 종말이 온다는 것을 핵에 혈안이 된 김정은에게 분명히 인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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