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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의 무한도전] “믿고 맡기는 용병술”…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원픽’은

[조용병의 무한도전] “믿고 맡기는 용병술”…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원픽’은

기사승인 2021. 06.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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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지연 배제…능력만으로 평가
고려대 출신 임원 비중 10%p 줄어
성대규 대표 등 전문가 적극 수혈
적재적소 인사배치 능력도 '탁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후 공격적인 M&A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2018년 이후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 부동산 신탁사 아시아신탁,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 등 알짜 매물을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이제 ‘마지막 퍼즐’인 손해보험사 인수만 남겨놓은 상태다. 조용병 회장은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시너지를 발판으로 리딩금융 재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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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지혜 기자 = #. 2019년 3월. 신한생명 사장에 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이 선임됐을 때 업계는 놀랐다. 당시 신한생명은 오렌지라이프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던 상황인 만큼 으레 신한은행 출신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은행출신은커녕 학연·지연도 배제하고 철저한 실력 위주의 보험전문 인사를 등용했다. LG카드 인수 후 최대의 M&A인 만큼 빠른 안정화를 위해선 수장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첫째도, 둘째도 전문성과 실력이다. 금융권에 만연한 ‘라인’이란 것을 타파한 대표적 인물이다. 2017년 조 회장의 회장 취임 후 신한금융의 임원 및 계열사 CEO 중 고려대 출신이 차지한 비중은 36.8%에서 지난 3월 기준으로 15.6%로 10%포인트가 줄었다. 공고했던 학벌주의도 타파했다. 오직 실력만으로 은행장에 올라 대표적 ‘고졸신화’로 평가받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연임시킨 것만 봐도 조 회장의 실력중심 인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원칙은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의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리딩금융 재탈환을 위해 M&A를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선 조 회장은 그 분야의 전문가 혹은 기존 CEO를 그대로 등용하는 ‘통큰’ 인사로 내부 잡음도 없앴다. 신한라이프 성대규 대표, 아시아신탁 배일규 대표, 신한벤처투자 이동현 대표, 신한자산운용 이창구 대표가 대표적이다.

22일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은 그룹이 지향하는 ‘일류(一流) 신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탁월한 역량을 가진 리더들을 발탁함과 동시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재들을 적극 수혈하는 등 개방형 인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수장을 맡은 성대규 대표도 외부인사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경부와 금융위원회, 보험개발원 등을 거친 보험전문가로, 조 회장은 신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내부를 통합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로 평가한 셈이다. 실제로 성대규 대표는 최근 임원 인사에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인재를 고르게 배치하는 탕평인사로 조 회장의 믿음에 답하기도 했다.

아시아신탁의 배일규 대표는 신한금융그룹 출신의 임원진이 대거 포진된 상황에서도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해 1년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배 대표는 GS건설 출신으로, 2008년 아시아신탁에 발을 디딘 후 지금까지 근무한 부동산 신탁 베테랑이다.

올 초 네오플럭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신한금융 자회사로 편입한 신한벤처투자의 이동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10여 년간 네오플럭스 벤처투자본부 핵심 멤버로 활약해온 인물로, 벤처투자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면서도 신한금융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했다. 특히 벤처캐피탈의 특성상 모험적인 투자를 하는 만큼 자유분방한 성격이 강하지만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이 강해 통합과정에서의 내부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책이다.

이 같은 조용병 회장의 용병술은 인사부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차장 시절(1995~1998년) 인사부에서 근무한 데다 이후에도 인사부장(2002~2004년)을 역임하며 인력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빨라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할 수 있는 용병술에 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조직의 인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리더의 덕목으로 삼고 있는 그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휴가를 갈 때도 독서를 즐기며 경영 구상을 해 조 회장의 휴가 복귀일 때마다 경영진들이 바짝 긴장한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인문학 독서의 중요성을 그룹 계열사 CEO와 임직원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매월 셋째주 수요일 그룹경영회의에서 책 한 권을 선정해 토론하는 ‘3선 세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조 회장이 담당 팀에서 추천한 책 4~5권을 직접 읽은 후 한 권을 선정해 계열사 CEO들에게 전달, 이후 계열사 CEO들이 다음 그룹경영회의 때까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자리다. 도서에 관해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저자나 관련 전문가를 섭외해 강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은 본인은 전통 신한맨이지만 학연·지연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한다”면서 “격의 없이 직원들에 다가가 소통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은 실용적인 스타일이 인사에도 반영되면서 보수적 은행업계에서 외부수혈에 그 어떤 금융지주보다 적극적”이라고 평했다.

한마디로 조 회장의 이러한 용병술이 신한을 리딩금융으로 이끄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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