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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왜 UAM 사업거점으로 미국을 택했나

현대차는 왜 UAM 사업거점으로 미국을 택했나

기사승인 2021. 03.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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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사업 이끄는 신재원 사장
인증제·항로 잘 꾸려진 美주목
실증·부품 협력사 찾기도 수월
美법인에 2000억원 '공격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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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사장이 2000억원을 들여 드라이브를 거는 무대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국내에선 기체 안전을 인증할 제도, 하늘길을 구축할 교통 인프라가 없을 뿐 아니라 기체를 함께 만들 부품사도 찾을 수 없어서다.

18일 자동차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만간 UAM 미국법인에 약 2000억원 규모 투자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조달이 가능하겠지만, 일단 2000억원이면 UAM 동체 일부를 제작하기 위한 설비투자가 이뤄질 수 있고, 기술이 있는 업체의 지분 인수 등이 점쳐진다”고 했다.

총괄 지휘하고 있는 건 NASA에서 정의선 회장이 2019년 직접 스카웃해 온 인재 신재원 사장이다. 그간 국내 UAM 관련 사업을 파악하고 구상해 온 신 사장은 올 들어 사장으로 승진하며 권한을 강화했다. 지난 2월말 캘리포니아 항공우주 스타트업 대표인 벤 다이어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고 오는 24일엔 주주총회에서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도 사외이사로 합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교수가 직접적인 경영활동을 하진 않겠지만 UAM에 대해선 전문가적 식견을 제공할 수 있고 최근 트렌드와 방향에 대해서도 컨설팅과 조언할 여지가 많다”고 봤다.

1년여 만에 UAM 진용을 꾸린 신 사장의 첫 행보는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한 드라이브다. 왜일까. 해답의 일부는 중국의 ‘이항’과의 비교에 있다. 이항이 기술력 의혹에도 기체 생산까지 하며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 콘셉트모델을 선보인 정도에 그치고 있어 사업 속도가 다소 더딘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복균 한국항공우주기술연구조합 팀장은 “이항과 우리 UAM 기업들 간 기술적 격차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단지 기체를 인증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허가됐다는 게 우리나라보다 앞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모빌리티 UAM은 이를 법적으로 지원하고 또 실증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핵심이다.

전세계에서 UAM 시장 형성이 가장 빠른 곳은 미국과 유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적으로 기체에 대한 인증과 운항 관련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서다. 현대차와 한화시스템 등 국내 UAM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업계가 2023년부터 인증 프로세스를 수립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지만 예비타당성 제도의 벽을 넘어야 한다. 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 사업에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미 이 단계에서 막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 시각이다. 통과 되더라도 각종 절차를 밟아 2~3년 뒤에야 시행 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예타에서 한차례 물 먹으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체를 제작하려면 품질경영 인증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항공전자 장비는 하드웨어 인증과 소프트웨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국내엔 그런 체계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추후 현대차는 인증경험이 없기 때문에 관련 프로세스가 있는 회사를 인수합병해 인증을 받거나, 완제기 만드는 회사를 인수해 현대 마크를 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한국이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보니 연구개발이 미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인증을 통해 거꾸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과정을 거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인증 제도가 준비가 되더라도 서비스 하려면 항로가 구축돼야 하는데 서울 도심이 너무 복잡해 교통시스템을 만드는 데 애로가 많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도시와 도시간 이동이 한국보다 단순하고 도심 내 구조물도 상대적으로 통일돼 있어 드론 배송 등이 가장 먼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UAM 기체를 만들기 위해선 다수의 항공전자 분야 협력사들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국내 참여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현대차가 미국을 향하는 주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 방산업체로 구성돼 있는 탓에 워낙 부가가치가 낮은 게 문제다. UAM 부품을 만들어 이윤을 남기려면 싸게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 민수업체들 입장에선 수익 구조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항공 관련 업체들에 카고 드론·UAM 등을 같이 협력해 개발하자고 대상을 모집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인 곳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물류용 UAM을 2026년 양산할 계획”이라며 “도서지역에 필요한 의료·의약품 운송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고 향후 이동에 대한 니즈를 많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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