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신년사 보니… 포스트코로나 ‘신사업’ ‘ESG’에 답 있다

삼성, 산학연 비메모리 신화 기대
현대차,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
SK, 사회와 함께 지속가능성 확보
LG, 고객감동 실현으로 미래 성장
롯데, 그룹차원 시너지 발휘 집중
한화, 신사업 앞세워 글로벌 공략

올해 재계 주요그룹 총수들의 신년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감내하는 고단함 속에서도 ‘위기’ 이후 오는 기회를 노리는 ‘날이 선’ 주문과 선언이 많았다. 향후 수년 내 산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 속에 총수 대부분이 2021년을 변화의 골든타임으로 지목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대를 경영의 기본으로 삼아 심화 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규제에 대응키로 했고 전기차·시스템반도체 등 차기 먹거리를 위한 구상을 마치고 실제 액션에 들어간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불확실성이 넘쳐나도 이 두 가지 흐름만은 불변할 ‘지속가능경영’의 열쇠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등기업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4일 새해 첫 경영 행보로 평택사업장을 찾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고 했다. 방향은 메모리반도체 너머 차기 먹거리인 ‘시스템반도체’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쏟아부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부문 사장단, 협력사 대표들과 같이한 현장에서 이 부회장은 “함께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회사·학계·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찾은 평택 2공장은 D램·차세대 V낸드·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이다.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하고 반도체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도 점검했다.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전자 시무식은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보고 새 준비 하자는 게 골자다. 올해는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도전과 혁신이 살아 숨쉬는 창조적 기업으로 변모해 업계 판도를 주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임직원 대상 온라인 생중계로 예정됐던 신년회를 취소했다. 전날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의미에서다. 서신으로 전해진 신년사에서도 역시 울산공장 사고에 대해 애통한 마음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안전환경 조성과 사고 예방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이후 이어진 정 회장의 새해 포부는 미래차에 대한 출사표였다. 정 회장은 “2021년은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글로벌 친환경 티어1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수소 솔루션·자율주행·커넥티비티·UAM·로보틱스를 일일이 거론하며 미래 새로운 모빌리티 영역 확대를 철저히 준비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정 회장은 “모든 활동은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하자”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사에서 ‘사회와 함께하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정의했다. 최 회장은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이 있어 오늘날의 SK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지난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사회 전체에 행복을 더할 기업의 모습이 무엇일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SK그룹은 매년 열던 대면 신년회를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취소하고 그 예산을 취약계층 지원에 보내기로 했다. 최 회장은 “SK 역량과 자산을 활용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자”고 제안하면서 “‘행복도시락’을 활용해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의 평소 지론으로 알려져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 내내 ‘고객’을 강조하며 니즈를 완벽히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구 회장은 “2년 전 앞으로 LG가 나아갈 방향이 ‘고객’에 있다고 한 바 있다”며 “그동안 고객 ‘Pain Point(불평)’에 집중했다면 이를 넘어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속 열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니즈를 찾고 ‘고객 인사이트’를 키워 고객 감동을 완성하겠다는 게 신년사의 골자다. 구 회장은 “그 과정에서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서비스로 구체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는 새로운 시도가 작지만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유례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각 회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대내외 여건이 불안정할수록 기업의 경쟁력과 위기관리 능력만이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향후 2~3년이 산업전반의 지형이 바뀌는 불확실성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기회로 삼고자 했다. 김 회장은 “K방산·K에너지·K금융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미래 모빌리티·항공우주·그린수소·디지털 금융솔루션 등 신규사업은 세계를 상대로 미래성장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새해 신사업 발굴 키워드로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을 지목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홈쇼핑사업 노하우를 전사적으로 입히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중으로, GS그룹의 핵심축인 ‘에너지’사업은 보다 친환경적 영역에서 새 먹거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미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핵심사업에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외부와 협력해 새 비즈니스를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경영철학을 어필했다. 조 회장은 “사회에 역할과 책임을 다해 가장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면서 “경쟁사보다 월등한 제품 품질, 서비스, 안정적 공급능력은 기본이고 환경보호·정도·투명경영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은 또 다른 기회를 뜻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한진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성공적 결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한공과 아시아나 통합은 주어진 운명, 시대의 사명”이라며 항공사 통합 정당성을 강조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조선산업 전체의 중요 변곡점이 될 대우조선 인수 마무리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 모든 것이 마무리 될 것”이라며 “또 현대건설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세계 톱5 건설기계 전문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안전’을 꼽았고 둘째로는 철강 경쟁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사업 육성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