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 사기전화 기승

기사승인 2008. 10. 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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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체험단에 당첨됐습니다” 현혹 카드결제 유도

현대하이넷 홈페이지상에 최상의 제품임을 선전하고 있다.

고객님 “차량용 ‘블랙박스’ 체험단에 당첨됐습니다”라는 전화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료 설치를 빌미로 소비자들을 현혹한 뒤 탈착이 어렵다는 등 이유를 들어 대금을 챙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현대하이넷 상담원이라 밝히고 사고가 날 경우 잘잘못을 판별할 수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체험단 500명 중 한명으로 당첨됐으니 무료장착을 해 준다는 식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이달만 7건 올해 총 30여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으며 공정위, 포털사이트 토론방 등에 수십 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올라와 있다.

소비자 정모씨는 체험단에 선정돼 차량용 블랙박스를 공짜로 달아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별 의심 없이 승낙했고 지난 21일 2인 1조의 설치기사가 와서 추가비용이 없는 것인지 묻고 설치기사가 ‘전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설치했다.

그러자 한명은 장착을 하고 다른 한명은 ‘차량용 블랙박스’가 2010년부터 장착이 의무화 되는데, 홍보기간에 무료로 장착해 준다며 M사방송에서 방송됐던 ‘카메라 출동’ 같은 화면을 보여주며 꼭 필요한 제품임을 설명했다.

설명하던 기사가 공정거래법상 그냥 무료장착은 안되기에 기기 값만큼 무료통화권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정씨는 그렇다면 써야할 서류 같은 게 없냐고 묻자 장착이 끝나면 쓰자고 했다. 무료통화권을 주면 어차피 기기값은 무료라는 핑계로 87만원을 결제해갔다.

정씨는 “추가비용은 없다 해놓고 정신이 없게 만든 다음 선결제를 해야 했고 인터넷쇼핑에서 유사한 제품의 가격은 29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며 “통화권도 이상한 칩 같은 것을 써야해 쓰기 힘든 유명무실한 것에다 장착의무화가 곧 된다는 거짓말 등 허위광고로 현혹한 명백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서울 강북구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 6월 현대하이넷이라는 곳에서 똑같은 전화를 받았다. 무료체험단에 당첨돼 무료장착 해준다는 전화였다. 김씨는 진짜로 제세공과금이나 유료부담금 등이 하나도 없는지 물었다.

상담원은 전액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화 받은 다음날 설치기사가 와서 차량용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설치과정에서도 무료가 맞는지 또 물었지만 직원은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설치를 마친 직원은 “무료로 장착해주면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며 “한달에 3만원씩 3년 카드결재를 하면 3년 후 결재 금액 전액을 다시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고 말했다. 뒤늦게 속았다는 생각에 결국 김씨는 장착한 지 1주일 여만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계약해지를 요청한 지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환불은커녕 당시 직원과는 전화통화 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에 사는 박모씨도 지난해 10월 유사한 전화를 받았다. ‘차량용 블랙박스’ 시험평가단에 랜덤방식으로 전화추첨이 됐다는 것. 현대하이넷이고 해서 대기업인거 같아 믿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치를 했다. 설치 후 설치기사가 90만원을 선결제 하면 90만원 상당의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준다는 것. 어차피 사용하는 휴대폰인 만큼 박씨는 9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다음 날 결제대금 대신 받은 무료 통화권을 이용하려고 보니 기존 통화료 보다 크게 비싼데다 이용도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박씨는 “계약해지를 약속해 놓고 한 달 두 달 미룬 것이 벌써 1년이 넘었다”며 “이제는 아예 전화조차 받지 않는데다 매 달 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하이넷 관계자는 “우리는 지시한 적이 없고 총판에서 한일인데다 최근 들어 하루 4~5통의 피해전화를 받은바 있어 총판인 '오션블루'측에 변칙영업을 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며 “피해소비자는 총판에 문의하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총판에서 변칙영업(사기)을 하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총판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자세히 몰랐다”고 했다. 하루 4~5통의 전화를 받는다는 말과 대조적이다.

그럼 소비자가격이 없냐 피해자들의 결제금액이 다 틀리다고 하자 “대량구매는 50만원선 소비자는 70~90선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것 밖에 모른다”고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했다.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해 묻자 그것도 총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그리고 현대하이넷이 현대그룹의 계열사인지 묻자 “대표가 예전에 망한 현대전자서비스에 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현대그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였다. 대부분의 차량용품 가격은 일차적으로 제조회사에서 선정해 총판 등 대리점에 가격의 유동성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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