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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강제징용 노동자상, 일본인 모델”… 대법 “명예훼손 아냐”

[오늘, 이 재판!] “강제징용 노동자상, 일본인 모델”… 대법 “명예훼손 아냐”

기사승인 2023. 11. 3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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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책임' 놓고 하급심 판결 엇갈려
대법 "예술작품에 비평, 폭넓게 인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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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조각가 부부가 "조각상 모델은 일본인"이라고 주장한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공적인 공간에 전시된 예술작품에 대한 의견 표명은 폭넓게 인정돼 명예훼손을 판단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30일 조각가 부부가 자신들이 조각한 노동자상의 모델이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거나 발언한 김소연 변호사(전 대전시의원)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박사)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위자료 배상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파기환송하고, 명예훼손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은 확정했다.

조각가 부부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의 의뢰를 받고 2016년~2019년 일본 교토와 서울, 대전 등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이에 김 변호사와 이 박사는 "노동자상 모델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시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에 조각가 부부는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김 변호사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원고패소로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변호사 발언은 김씨 부부를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는 단정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이자 허위에 해당한다"며 위자료 각 200만원을 인정했다.

반면 이 박사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위자료 각 500만원 배상을 명령했으나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 볼 수는 없고, 노동자상이 일본인 노동자들의 사진과 흡사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쟁점이 유사한 두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두 사람의 발언은 노동자상이 일본 내에서 강제노역하다가 구출된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상호 유사성이 있다는 비판적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예술작품이 어떠한 형상을 추구하고 어떻게 보이는지는 그 작품이 외부에 공개되는 순간부터 감상자의 주관적인 평가의 영역에 놓여 비평의 대상이 된다"며 "비평 자체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 별도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섣불리 이를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서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고 평가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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