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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건설업체 관리자서 소기업 막내(?)로 ‘제2의 인생’

[희망 100세 시대] 건설업체 관리자서 소기업 막내(?)로 ‘제2의 인생’

기사승인 2013. 02. 0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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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김기덕 씨, “제2의 삶,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
“은퇴 후 일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하지요.”

중견 건설업체인 강우건설에서 20년 이상 현장관리직 생활을 하다가 최근 소기업에 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덕기씨(63)의 말이다.

전직 중견건설업체 현장관리직이었던 김기덕 씨(63)는 최근 소기업에 취업,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6·25)사변둥이이자 3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17살부터 건설현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먹을 게 없으니 빨리 일을 해야 했어요. (건설)현장에서 잡부로 일하면서 군대가기 전 20살 때까지 어깨 너머로 미장일을 배웠죠.”

군 제대 후에도 건설현장을 돌며 미장일을 했던 그는 중동에 건설 붐이 일던 1975년과 1982년 건설업체의 계약직 근로자로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등에서 근무했다.

1984년 귀국한 그는 국내에서 일을 하기 위해 공사 현장에 뛰어들었으나 사기를 당해 그동안 모아둔 전 재산을 탕진했다.

김 씨는 “춘천 여성복지회관 공사에 뛰어들었는데 그때 나를 소개시켜준 사람이 월급을 갖고 도망갔다”고 회상했다.

춘천에서 사기를 당한 그는 상경, 서울지리를 알기 위해 토큰을 사서 일주일 간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서울에 올라와 처음 근무한 건설현장은 신정경찰서 신축건설현장이었다.

“당시 한겨울이라 공사가 별로 없어 일하기가 어려웠죠. 신정경찰서를 신축한다는 소릴 듣고 새벽 일찍 무작정 공사현장에 출근해 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하고 미장작업준비를 해 놓았어요. 그만큼 먹고 사는 게 절박했어요.”

현장에는 이전부터 일을 해 온 사람이 있어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운좋게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코너비드 작업요원이 필요했던 것. 코너비드는 쇠기둥의 코너나 모서리 등을 보강해주는 마감보조재로 1980년대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이다.

김씨는 “오후 4시쯤 돼서 반장이 ‘비드 붙일 줄 아는 사람 있냐”고 하데요. 주변을 둘러보니 다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했죠. 해외 건설현장 다니면서 해 봤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김기덕 씨가 해외건설현장에서 근무해 돈을 벌었지만, 이후 사기를 당했던 과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씨는 코너비드 덕분에 꾸준히 현장근무를 해 왔고 1991년에는 강우건설에 취업해 20년간 현장 관리책임자로 근무하면서 두 번째 황금기를 보냈다.

2010년 정년 퇴직과 함께 어깨인대파열로 수술대에 올랐고, 3년간 산에 오르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요양사로 근무하던 부인이 올 초 “일이 힘들어 못 하겠다”면서 일을 그만두자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김씨는 “취업을 하려니 막막하데요. 인터넷사이트 뭐 그런데도 있다고 하던데 부인이 구청을 가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상담을 계속 했죠. 그러다보니 바로 취업 됐죠”라고 말했다.

노후를 위한 제2의 인생을 맞이한 것이다. 지난달 21일 첫 출근한 김 씨의 직장은 서울시 성동구의 소기업인 예림공조다. 예림공조는 폐차량에서 나온 에어컨과 콤프레샤를 분해·결합하는 등 재생작업을 하는 업체다.

김씨는 여기서 막내이다 보니 20~30대 선배(?)들의 지시를 잘 따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고, 한 달에 135만원을 번다.

김씨는 “첫 출근할 때 무지 설레서 새벽 4시에 일어났어요. 하는 일도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다 별로 무겁지 않죠. 저야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취업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그러면서 “그동안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했는데 앞으로 5년 정도 벌면 노후준비가될 것 같다. (사장님이) 더 써주면 좋겠고”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 현장 잡부에서 현장관리자를 거쳐 소기업의 말단직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긍정의 힘과 체력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우리 또래 가운데 ‘내가 전직에 무엇을 했는데’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몸만 건강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본다. 주차관리나 경비도 괜찮은 일자리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내 사주풀이를 보니 운수대통이래요. 재취업도 했으니 운수의 시작 아니겠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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