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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ㆍ김재호 부부 무고죄 성립될까?

나경원ㆍ김재호 부부 무고죄 성립될까?

기사승인 2012. 03. 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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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인 주진우 기자 명예훼손 고소 되레 역풍될수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전을 벌이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남편 김재호 판사(왼쪽), 주진우 시사인 기자

[아시아투데이=최석진 기자]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49)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49)가 서울서부지법 판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5년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 사건 담당 검사인 박은정 검사(40)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나 전 의원 측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시사인(IN) 기자를 형사고소한 것이 ‘무고’에 해당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 전 의원과 김 판사가 주씨를 고소할 당시 주 기자가 방송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도 고소했는지, 두 사람 이름으로 고소장을 작성해 제출하지 않았어도 무고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나 전 의원 측은 지난해 10월 주 기자가 팟캐스트 라디오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통해 ‘김 판사가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 후보에 대한 비판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청탁했다’고 폭로한 직후 주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형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주 기자도 두 사람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맞고소해 현재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7일 검찰 관계자는 “아직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지 않아 고소장에 기재된 정확한 죄명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통상 이런 경우는 법률용어로 말하면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되는 것으로 형법 40조는 이런 경우 가장 무겁게 처벌하는 죄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진실을 말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도 성립한다. 다만 공개한 사실이 허위일 경우 형이 가중돼 무겁게 처벌되며 특히 전파성이 높은 신문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이 같은 행위를 할 경우 가장 엄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한편 공직선거법 250조(허위사실공표죄) 2항은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신문, 방송 등을 통해 후보자의 배우자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나 전 의원 측에서 주 기자를 단순한 명예훼손이 아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소했다는 점이다. 즉 주 기자가 방송을 통해 공개한 내용 중 적어도 ‘김 판사가 검사에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은 허위가 아니었다는 점과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최소한 김 판사 본인은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무고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사실을 신고’할 때 성립한다. 무고죄는 억울하게 고소를 당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국가의 형사 심판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된다.

무고죄는 고의범이면서 목적범이기 때문에 신고하는 사람이 ‘내가 누군가를 형사처벌 받게 만들기 위해서 신고내용이 허위인 줄 알면서도 신고 한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이때 허위의 기준은 위증죄와 달라서 신고자의 기억이 아닌 객관적 사실이 기준이 되며 신고 내용 중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주된 신고 내용이 진실이라면 무고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경우 나 전 의원 측의 주 기자에 대한 고소에서 김 판사가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는 당연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전화상으로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 실제 기소청탁이 있었는지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 전 의원 측에서 ‘전화 통화 사실 자체가 없다’며 주 기자를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했다면 전화 통화가 있었는지 여부는 무고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 전 의원 측이 접수한 주 기자에 대한 고소장과 지난해 11월 이뤄졌다는 경찰 조사에서 김 판사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나 전 의원 부부의 무고죄 성립 여부와 관련 “무고죄가 고의범이기 때문에 신고하는 사람이 신고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된다”며 “주 기자에 대한 고소장에 고소인으로 기재된 사람이 나 전 의원이나 김 판사가 아니라 나 전 의원의 보좌관이라는 점에서 무고죄 성립이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형식상 고소인이 보좌관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에 대한 무고죄 성립이 곤란하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누가 봐도 주 기자에 대한 고소는 나 전 의원 부부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을 것이고 김 판사가 나 전 의원에게 검사와의 통화사실을 말했다면 두 사람 모두, 혹시 김 판사가 이를 부인에게 사후에라도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라면 적어도 김 판사는 주 기자가 제기한 의혹이 허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우리 형법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나 고의가 없는 사람을 도구처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처벌하는 ‘간접정범’ 규정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김 판사가 주 기자가 진실을 폭로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그 같은 사실을 숨긴 채 고소장을 나 전 의원의 보좌관 명의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면 그 보좌관은 본인이 무고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지만 김 판사에게는 무고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결국 실제 김 판사가 검사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나 전 의원이나 보좌관까지 세 사람이 모두 알고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주 기자를 고소했다면 세 사람이 무고죄의 공동정범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나 전 의원이 남편과 검사의 통화 사실을 주 기자를 고소할 당시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무고죄 성립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김 판사 입장에서는 ‘검사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기소청탁은 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주 기자의 폭로 내용은 ‘허위’라는 주장을 펼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로 8년이나 선배인 김 판사가 같은 관할 구역에 근무하는 후배 검사에게 부인과 관련된 사건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 자체가 수사 담당 검사에겐 청탁 내지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편 김 판사의 경우 ‘법관은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하지 아니한다’는 법관윤리강령 5조 2항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징계처분을 받게 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무고죄 외에 직권남용죄로 처벌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성립을 위해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 직무 행사가 있을 것’과 ‘그로 인해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받았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소’는 어디까지나 검사의 직무이지 판사의 직무로 볼 수 없고 박 검사가 김 판사의 전화 때문에 기소처분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김 판사가 전화 통화를 한 2005년을 기준으로 이미 5년의 직권남용죄 공소시효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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