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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타격부진은 향수병 때문이다.

*이승엽의 타격부진은 향수병 때문이다.

기사승인 2011. 05. 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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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임진국 야구야구(野球野口)
임진국 기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이승엽(35)이 지독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승엽은 오카다 감독의 신임을 한껏 받았지만 이제는 미운오리새끼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계속된 타격 부진으로 지난 9일에는 2군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승엽의 타격 부진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야구 전문가들은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고개가 먼저 돌아가면서 오른쪽 어깨가 열리니 볼을 제대로 맞힐 수 없다는 겁니다. 바깥쪽 볼은 멀어보이고 몸쪽 볼에는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잘 맞아도 파울이요, 아니면 헛스윙을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승엽은 손목으로 끊어치지 않고 타이밍으로 치는 타자입니다. 오른쪽 어깨가 열리면서 하체가 무너지니 일본 투수들의 포크볼 등 변화구에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타격이 살아날 가망이 없습니다. 오히려 2군으로 내려간게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마음을 비우고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아시아의 홈런왕으로 타격에 관한한 최고인 이승엽이 왜 이처럼 장기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기자는 이승엽의 타격 부진의 원인을 심리적으로 불안정에서 찾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해부터 삼성라이온즈에 컴백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선동열 삼성 감독이 "이승엽이 뛸 자리는 없다"고 말하는 바람에 마음을 접고 일본에 남았습니다.

이승엽은 올해 1월 초 선동렬 감독이 경질되고 류중일 코치가 삼성의 새로운 감독이 되자 몹시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친한 지인에게 "류 감독이 조금만 일찍 삼성 사령탑이 됐다면 오릭스와 계약을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몇 번씩이나 말했다고 합니다. 이승엽은 오릭스와 지난해 12월 10일 계약했고, 류 감독은 올해 1월 5일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즉 이승엽은 향수병을 안고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겁니다. 그러니 의욕이 생길리가 있겠습니까. 기자는 이승엽이 2군으로 내려가기 전 타격하는 모습에서 자포자기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이승엽이 야구를 시작한 이후 올해 처럼 성의 없이 방망이를 치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승엽은 예의가 바른 선수이지만 내성적입니다.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고민이 있어도 털어놓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오릭스에서는 친한 동료와 코치가 없으니 이승엽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더군다나 이승엽은 부인 이송정 씨, 아들 은혁군과 떨어져 있습니다. 이승엽은 오릭스의 연고지인 오사카로 옮겼지만 이송정 씨는 조만간 둘째를 출산할 예정이어서 도쿄에 그대로 머물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집과 야구 밖에 모르는 바른생활 사나이가 가족과 떨어져 독수공방하고 있으니 마음이 편할리 있겠습니까.

이승엽은 지금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나눌 친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야구팬들 여러분도 이승엽이 부진하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격려를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 이승엽이 일본에서 하루 빨리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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