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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김건희 이슈'를 지렛대 삼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회동을 당정 갈등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일부 의원이 윤 대통령·김 여사 탄핵을 주장할 때마다 "개별적 의사 표현"이라며 거리를 뒀으나, 최근 지도부에서 하야를 거론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야당의 김 여사 공세에 "국민이 비판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김 여사 해법을 놓고선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2대2' 무승부를 이뤘다. 이에 따라 한 대표의 김 여사 리스크 해소 요구는 한층 더 힘을 받게 됐다.
한 대표는 이미 당 지도부 회의를 통해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3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번 회동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이 3가지를 수용해달라고 거듭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윤-한 회동을 갈등의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여권 내 당정 계파 갈등이 격화할수록 대통령실을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는 등 공세를 펼친 전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여권과 긴장 관계를 줄 곧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도 앞서 발의→재의요구→재표결 끝에 폐기된 두 개의 특검법에 이어 국정감사를 통해 확대된 의혹들을 추가 수사 대상에 반영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제시한 3가지 요구 사항은 경종만 울릴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국민의힘 세 주체에 각각 다른 해법을 요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선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대국민 입장', 한 대표에겐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특검법 수용 건의', 국민의힘엔 '김건희 특검법 등 진상규명 적극 협조'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최근에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불기소하자 지난 18일 소속 의원 일동 명의의 회견문에서 "롱패딩을 준비할 것"이라며 장외 투쟁 돌입을 선언하기도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라고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행정부, 사법부 겁박을 일삼은 민주당이 이젠 거리로 나가 대한민국을 대혼란으로 몰아넣겠다고 한다"며 "온갖 명분을 붙였지만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 수습책을 내놓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법 표결 시 이탈 표가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분기점'으로 여권 내 계파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당정 모두 윤-한 회동을 계기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서로 하나라는 목표 인식 아래 긴 호흡을 가지고 나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