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의정갈등] 출발 전부터 기싸움… 여·야·의·정 협의체 ‘반쪽출범’ 하나

[의정갈등] 출발 전부터 기싸움… 여·야·의·정 협의체 ‘반쪽출범’ 하나

기사승인 2024. 09. 08. 17:5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부·與, 의료계 없이도 이번주 가동
野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각 세워
'동상이몽' 속 의사단체 참여 관건

정부의 의료 개혁과 의정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참여 주체들 간 신경전이 팽팽해 순항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직접 당사자인 정부와 의료계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되레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여당은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늦어도 이번주에는 협의체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없이 일단 여·야·정만 참여해 '개문발차'(開門發車) 식으로 협의체를 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먼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협의체 구성을 야당과 의료계에 제안한 지 반나절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 입장을 밝히면서다. 대통령실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협의체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정 모두 각자 셈법이 달라 '동상이몽(同牀異夢)' 상태다. 국민의힘은 의정 갈등 7개월여 만에 뒤늦게 조정·중재에 나섰다는 비판 속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포함한 대안 모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 경질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난색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6일 한 대표의 제안에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자"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각을 세우고 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협의체를 통한 의료대란 대응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 추궁과 전혀 별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와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실 참모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에도 "대통령이 사과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의정갈등 중재안으로 제안한 '2026년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선 "본질적 접근이 아니다"라며 원점 재검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통령실도 즉시 "그동안 의료계가 대화에 응하지를 않고 있었는데, 의료계와 정부, 야당도 참여해서 제대로 논의한다면 환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특히 정부가 2000명으로 발표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도 가능하다고 반응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지켜온 입장이지만, 이날은 '제로베이스'를 강조하며 4자 협의체라는 대화체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하지만 의료계 반응이 여전히 변수다. 대한의사협회는 2025학년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2027학년도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경기도의사회도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은 이번 사태의 원인인 2025년도 의대 증원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본질을 왜곡한 꼼수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도 "대통령 사과가 있어야 의료개혁도 논의할 수 있다", "의대 증원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한동훈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대다수 의사단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부터 재검토하지 않으면 협의체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의 기 싸움도 이어졌다. 국무조정실이 한 대표 제안이 이뤄진지 하루 만인 지난 7일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재논의도 이뤄질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한 줄짜리 입장문을 내놨다. 의정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의료계의 입장이 워낙 강경한 데다 의료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정부로서도 무작정 물러설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협의체가 가동되더라도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