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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넘어질라” 개선없는 위험천만 출근길

“비오는 날 넘어질라” 개선없는 위험천만 출근길

기사승인 2024. 07.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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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 지하철 계단 논슬립 사업 실태
일부만 설치… 그마저도 닳거나 들떠
지난해부터 시작한 설치사업 지지부진
서교공 "재정적 한계로 목표치 줄여"
24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목동역 지하 1층 대합실과 지하 2층 승강장 사이 층계에서 승객들이 논슬립(미끄럼 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고 있다.

24일 오전 9시께 서울지하철 5호선 목동역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전철 승강장으로 바쁘게 내려가던 중 층계 한가운데서 갑자기 멈춰 섰다. 빗물로 계단 표면이 미끄러워져 자칫 넘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A씨는 "몇 년 전 겨울에도 눈이 녹아 미끄러워진 지하철역 계단에서 넘어졌다"며 "당시 서울교통공사 측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여전히 논슬립(미끄럼 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목동역의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잇는 계단은 총 26칸으로, 이 중 맨 위와 아래 두 칸을 제외하고는 논슬립이 설치되지 않았다. 출구 인근 계단만 유일하게 논슬립이 전체 칸에 마련돼 있었으나 그마저 닳거나 들떠 훼손된 상태였다.

연이은 비소식에 물 마를 날 없는 서울 지하철역 계단에 논슬립 설치가 미비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미끄럼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낙상 사고 중 서울교통공사의 귀책사유가 확인돼 실제 치료비를 지급한 경우는 올해 상반기에만 9건에 달한다. 지난해 25건, 2022년 22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고 건수는 엄격한 검토를 거쳐 최종 보상까지 이어진 집계 건수로 실제 지하철 계단에서의 미끄럼 낙상 피해 사례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지난해부터 서울 지하철역 모든 계단에 논슬립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사는 내년까지 서울 지하철역 1707곳에 논슬립 설치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385곳(23%) 설치가 됐고 올해 263곳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공사는 사업 진행이 더딘 이유로 예산 문제를 들었다. 내년까지 1707곳 논슬립 설치에 총 97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공사는 올해 당초 계획의 44% 수준으로 시공 목표치를 줄였다.

공사 관계자는 "계획한 사업비를 전부 마련하는 데 재정적인 한계가 있다"며 "예산을 최대로 확보해 가능한 한 많은 곳에 논슬립이 설치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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