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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품질’ 우유 생산하고도…빚 떠안는 국내 낙농가, 왜?

‘세계 1등 품질’ 우유 생산하고도…빚 떠안는 국내 낙농가, 왜?

기사승인 2024. 06. 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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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우유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낙농가의 시름은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 된 영문일까.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들은 생산비와 자가 노동비가 계속해서 상승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우유 생산비가 리터당 775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959원, 2023년에는 1003원으로 증가했다. 사룟값과 자가 노동비가 상승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룟값은 2022년 1㎏당 641원에서 2023년 669원으로 1년 만에 4.4%p 상승했고, 자가 노동비는 3.9%p 증가했다.

사룟값이 상승한 주요 원인으로는 젖소 사료인 풀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목된다. 젖소가 먹는 풀을 매일같이 조달하려면 광활한 목초지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 미국, 호주 등의 나라에서 건초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사료작물과 목초의 작황, 수송비, 환율 등이 수입 사룟값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가 노동비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산업군보다 높은 편인데, 2020년 국내 낙농가의 평균 생산비에서 자가 노동비는 25~30%를 차지했다. 이는 우유 생산 과정에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겹치면서 빚을 떠안는 낙농가가 증가하고 있다. '2023 낙농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 지난해 낙농가의 평균 부채액은 6억 8,1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동안 3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4억 원 이상의 고액 부채비율은 76%로, 1년 사이 26.5%포인트 상승했다. 낙농가가 빚을 지게 된 주요 이유로는 시설 투자(33.5%), 사료 구입(24.9%), 쿼터 매입(19%) 순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낙농가 전반적으로 후계자가 부족한 점, 젖소 한 마리가 출생 후 원유를 생산하기까지 2년 동안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 점, 젖소가 더운 날씨에 약해 8~11월 납유량이 부족한데 이 시기에 우유 소비가 많다는 점 등이 낙농가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젖소는 젖을 짜지 않는 건유기를 제외하면 매일 한두 번은 젖을 짜내야 한다. 젖을 완전히 짜주지 않으면 유방염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며, 이는 젖소의 건강 문제를 일으켜 원유 품질도 나빠지게 된다. 또한, 젖소 사육과 사료 관리에도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오해'가 국산 우유를 찾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됐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가 낙농 선진국의 자연 방목 방식이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보다 우유 품질이 더 우수하고 원유 생산에도 더 좋은 환경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래서 수입산 멸균 우유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낙농 선진국의 생산 환경이 꼭 건강하고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방대한 초지에서 대규모로 키우는 자연 방목 환경에서 젖소가 매일 먹는 목초를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들며, 축사에서 젖소를 체계적으로 키우는 우리나라보다 개체별 사양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풀의 품질이 변할 가능성도 높다. 예를 들어, 젖소가 독초를 씹어먹었다면 원유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연 방목할 경우 젖소의 몸에 상처가 날 위험이 커지며, 이에 따라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승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우유의 품질은 세계 무대에서 ‘월드클래스’라고 평가받는다.”라며, “소비자들이 우리 우유를 믿고 마시면 우리나라 낙농가도 아무리 힘들어도 질 좋은 우유를 꾸준히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세균질병과가 지난해 진행한 원유 검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세균 수 ‘1A’ 등급은 2021년 93.95%에서 2023년 94.07%로 0.05%p 증가했다. 또한 체세포 수 '1등급' 비율은 2021년 66.39%에서 2023년 69.13%로 3.23%p 증가했다. 이는 국산 우유 중 최상급 우유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유 1㎖당 세균 수가 3만 개 미만(1A 등급)이고, 체세포 수가 20만 개 미만(1등급)일 때 최상급 우유로 간주되며, 이는 세계적으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동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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