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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 팬텀, 임무 종료”…하늘의 도깨비 마지막 선회

“F-4 팬텀, 임무 종료”…하늘의 도깨비 마지막 선회

기사승인 2024. 06. 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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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수원기지서 F-4E 팬텀 퇴역식
55년간 우리 영공 지킨 하늘의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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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F-4E 팬텀 전투기가 7일 수원기지에서 거행된 'F-4 팬텀 퇴역식'에서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착륙한 후 임무 종료 신고를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1969년 8월 29일 도입된 F-4팬텀은 55년간 대한민국의 영공을 굳건히 지키고 이날 모든 임무를 종료했다.
'전설을 넘어 미래로' 하늘의 도깨비의 해피앤딩을 위한 성대한 퇴역식이 7일 수원 공군기지에서 열렸다. 1969년 처음 도입돼 55년 간 우리 영공을 지킨 F-4 팬텀은 이날을 끝으로 임무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역했다.

단일 무기체계로는 국내 최초로 열린 퇴역식은 신원식 장관의 지시로 마련됐다. F-4 팬텀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살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방위성금헌납기였다. 과거 '게임 체인저' '하늘의 도깨비' '전투기의 마스터피스' 등 최고의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함이 없었던 전투기가 세월과 기술 고도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퇴역했다.

신 장관의 팬텀 출격명령 하달 후 F-4E 팬텀의 마지막 비행으로 시작된 퇴역식은 블랙이글스 축하비행과 팬텀 임무종료 보고, 이후 전력화된 '후배 전투기' F-16, KF-16, FA-50, RF-16, F-15K, F-35A가 행사장 상공에서 임무 이양 기념 축하비행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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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열린 F-4 팬텀 퇴역식 행사장에 F-4 팬텀 전 조종사를 비롯한 예비역 군 관계자와 유튜버 등 취재진들이 몰려있다.
신 장관은 이날 퇴역식에 참석해 "팬텀은 죽지 않고 잠시 사라질 뿐이다. 대한민국 영공수호에 평생을 바친 팬텀의 고귀한 정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6세대 전투기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최고의 예우로 경의를 표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팬텀과 함께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30여 명의 이름을 목메어 불렀다. 이 공군총장은 "국가안보를 바라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도입된 팬텀은 50년 넘게 대한민국의 하늘을 굳건히 지키며 국민 성원에 보답했다"며 "올해 팬텀의 마지막 여정은 공군 역사상 가장 멋진 전투기 퇴역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퇴역식에는 F-4D 팬텀을 국내로 처음 도입해온 조종사와 정비사가 참석했다. 1969년 팬텀기 첫 도입시 태평양을 넘어 국내로 들여온 조종사 이재우 동국대 석좌교수 (예비역 공군 소장)과 정비사 이종옥 예비역 준위가 현역 후배 장병들의 박수를 받으며 팬텀 전력화에 기여한 초창기 임무요원들을 대표해 감사장을 받았다.

공사 5기인 이 교수는 F-4D 도입요원으로 선발돼 1968년 미국 데이비스-몬산(Davis-Monthan) 공군기지에서 F-4D 비행훈련을 받았다. 1969년 F-4D 6대를 처음 인수할 때 전투기를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비행해 대구기지에 내린 조종사들 중 한 명이다. 이 준위도 당시 도미 정비교육 요원으로 선발되어 데이비스-몬산 공군기지에서 F-4D 정비교육을 받았다.

이 교수는 "당시 최신예 팬텀을 타고 공중급유를 받으며 대구기지 활주로에 안착시킨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요동친다. 벌써 55년이 지나 팬텀의 마지막 비행을 눈으로 보니 콧날이 시큰해진다"며 "팬텀이 있었기에 KF-16, F-15K, F-35A를 운용할 수 있었고, 한국형 전투기 KF-21도 탄생할 수 있었다. 하늘의 도깨비, 팬텀이여 안녕. 굿바이 팬텀"이라고 작별인사를 건냈다.

팬텀기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조종사들은 신 장관에게 '임무 종료'를 보고한 후 팬텀의 조종간을 반납했다. 조종간은 전투기에게 조종사의 의지를 반영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이를 전달하는 것은 팬텀의 모든 임무가 끝났음을 상징한다.

신 장관은 임무를 마친 팬텀에게 명예전역장을 수여했다. 이어 팬텀 기체에 '전설을 넘어, 미래로!'라는 기념 문구를 직접 기재했다.

F-4 팬텀은 1958년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가 개발해 1985년 단종될 때까지 5195대가 제작됐다. 최초 미 해군 항공모함 함재기로 개발됐으나, 그 성능의 우월함이 입증돼 미 공군과 해병대는 물론 우리나라 등 동맹국 10여 개국에서 운용됐다.

우리나라는 1969년 처음 F-4D를 도입한 후, 개량형인 F-4E, 정찰기인 RF-4C 등 총 187대의 팬텀을 운용했다. 1969년 미국 정부가 제공한 특별 군사원조 1억 달러 중 6400만 달러를 들여 1개 대대 분의 F-4D를 도입했다. 우리 공군은 당시 세계 최강의 전투기 F-4D의 도입으로 북한 공군을 일거에 제압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F-4D는 1969년 8월 29일 대구기지에서 처음으로 6대의 인수식을 가졌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4번째 팬텀 보유국(미국, 영국, 이란, 대한민국)이 됐다. 6대의 F-4D 편대는 8월 25일 미국 맥클레란(McClellan) 공군기지를 출발해 하와이, 괌, 오키나와를 경유해 공중급유를 받으며 1만 2000㎞를 날아왔다. 8월 29일 대구기지에 착륙하기 직전에는 수직상승, 음속돌파 등 최고의 공중기동을 선보였고, 오전 10시 28분 감속장치인 '드래그슈트'를 펼치며 멋지게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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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열린 F-4E 팬텀 퇴역식에서 마지막 임무를 마친 F-4E 팬텀 전투기가 퇴역식 행사장 가운데로 진입해 정차했다. 모든 임무를 마친 F-4E 팬텀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조종간을 반납하고 명예전역장을 받았다.
인수식엔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인 신성일씨도 등장해 화제가 됐는데, 최초의 F-4D 1번기를 조종한 편대장 강신구(당시 35세) 중령이 그의 형이었다.

팬텀은 1971년 6월 1일 발생한 소흑산도(가거도) 근해 대간첩작전에서 능력을 입증했다. 이날 새벽 북한의 대형 무장간첩선이 소흑산도 근해에 출몰하자 공군과 해군은 합동작전을 벌였다. 북한 간첩선은 대공화기로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공군 F-4D 전투기는 미명 속에서 끈질기게 추격한 끝에 격침시켰다.

1975년에는 '북한 김일성 중국 방문' '베트남 공산화' 등 안보위기 상황이 조성되자 우리 국민은 앞다퉈 방위성금을 냈고, 그 중 70여 억원으로 F-4D 5대(방위성금헌납기)를 구입했다.

1977년 9월 20일엔 공대공·공대지 능력이 강화된 F-4E가 도입됐다. 이로써 F-4 팬텀은 1980~1990년대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서 영공방위 대비태세를 갖추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F-4E는 F-4 시리즈 중 최신형으로 2인이 탑승할 수 있는 복좌기다. 최대속도 마하 2.4, 최대 무장탑재량은 7.3t에 달하며, 전폭기로서 폭격 임무와 엄호, 적 항공기 침투저지, 근접항공지원작전(CAS) 등 다양한 항공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또 기관포가 장착돼 있고, 공대공(AirToAir)과 공대지(AirToGround) 미사일, 장거리 정밀유도무기인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팝아이(Popeye, AGM-142) 등도 탑재 및 운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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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7일 공군 수원기지에서 열린 F-4E 팬텀 퇴역식 행사장 위에서 선배의 퇴역을 축하하 곡예비행을 펼치고 있다.
F-4E는 1983년에는 북한에서 이웅평 대위가 MiG-19기로 귀순했을 때 비상출격해 안전하게 수원기지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1998년에는 동해 상공에 출현한 러시아 정찰기 IL-20을 식별·차단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팬텀은 넓은 작전반경과 압도적인 무장능력을 발휘하며 주요 작전·훈련에 투입돼 맹활약했다.

공군은 전력 증강 사업을 지속 추진해 1986년 4월 F-16D를 도입했으며, 2005년 10월에는 F-15K를, 2019년 3월에는 F-35A를 도입했다. 이처럼 기존 전력을 대체할 최신 전력이 도입됨에 따라 팬텀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어 '2024년 퇴역'이 확정되었다.

한국의 F-4 퇴역 후 남은 F-4 운용국은 튀르키예, 그리스, 이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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