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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 전환 모범국 호주의 최대 고민은 고압선

신재생 에너지 전환 모범국 호주의 최대 고민은 고압선

기사승인 2024. 02. 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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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신재생 에너지 생산 증가로 고압선 설치 필요가 높아지면서 지역사회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셔터스톡
호주의 전기 공급 방식이 친환경 발전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오래된 송전망(고압선)을 교체하는 문제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호주 온라인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27일 새로 건설되는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도시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1만㎞에 달하는 새로운 송전망을 건설해야 하지만, 설치 예정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에는 현재 약 4만㎞의 송전선이 1950~70년대에 건설된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시의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송전망에 연결되지 않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의 용량이 향후 9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신규 송전망 건설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가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전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송전망 건설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호주 에너지부는 모든 것을 전기화하기 위해서는 생산하는 전기의 양을 현재보다 대략 두 배로 늘려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신규 송전망 건설이 시급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옥상 태양광,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같이 고압선이 필요 없는 재생에너지 생산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규모 재생에너지가 향후 1년 이내에 전기 수요의 30%, 금세기 중반까지 45%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새로운 송전망 건설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가정 단위에서 생산하는 소규모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필요한 전력 수요를 맞출 수 없고, 새로운 송전망 건립 없이는 미래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수 서비스로 규정된 전기의 특성상 1년 중 99.998%의 시간 동안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전이 발생하거나 날씨로 인해 태양광 발전소 출력이 줄어들 경우 신속하게 다른 지역의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송전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송전망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로 만든 첨단 녹색 제품의 생산 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전망 건설에 대한 찬반 양론이 격돌하는 가운데, 전기 공급을 필수서비스가 아닌 일반 서비스로 변경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필수서비스의 경우 정전시간이 1년에 10분 미만이어야 하지만, 일반서비스로 취급되면 연간 최대 87시간의 정전이 허용되기 때문에 우회 전기 공급을 위한 대규모 고압선 설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접근은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더 커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유한 가정은 대형 태양 전지판과 배터리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정전 사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지만, 가난한 가정은 정전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가정이 늘어나 전력망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면 고압선은 공공재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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