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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금감원 불완전판매 집중 점검에 성과지표 바꿨다

은행권, 금감원 불완전판매 집중 점검에 성과지표 바꿨다

기사승인 2024. 01. 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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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국민銀·한투證 현장점검
투자상품 가입 실적 반영한 KPI 전면 개편
만 65세 이상 ELS 등 투자상품 가입 사실상 금지
국민銀, 초고령자 80세→65세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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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금감원이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한 조사는 사실 확인을 위한 점검 차원이었다면 8일인 이날부터는 불완전판매와 위법 사항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앞서 금감원은 일부 은행에서 ELS 등 투자상품 가입시 점수를 높게 준 KPI(핵심성과지표) 방식이 불완전판매를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변동성이 큰 H지수 연계 ELS 상품을 판매할수록 KPI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자, 고객 수익률과 리스크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가입에만 급급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 해부터 직원들의 인사고과인 KPI에 투자상품 관련 배점을 축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부터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투자상품 가입을 사실상 금지시켰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은행에서 투자상품에 가입했다면, 오히려 은행 직원의 KPI 실적을 깎거나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개편하면서다. 이 외에도 일부 은행은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ELS나 펀드 등 투자상품 항목을 아예 없애 리스크 요인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불완전판매를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현장조사와 민원조사에 나섰다. 앞서 이번 현장조사를 위해 금감원은 'H지수 ELS 대응 TF'를 설치한데 이어 분쟁조정국 인력을 보강한 바 있다.

작년말까지 실시한 현장점검 이후 또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은 일부 은행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적발되면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 투자상품 판매 실적을 KPI에 반영시켜 문제가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KPI가 1000점인데, 국민은행은 고위험 ELS 및 ELT(주가연계신탁) 연계 지표 점수 비중이 30~40%를 차지했다. 또 고객의 만기 수익률이 아닌 약정 수익률을 그대로 KPI에 반영해 사실상 가입에 열을 올리도록 한 유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초고령자 기준을 80세에서 65세로 확대하고, 만 80세 이상 초고령자에게 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해당 실적을 직원 KPI에서 제외시킨다. 또 KPI에서 투자상품에 대한 판매 실적 배점을 줄였다. 고객이 ELS 등 투자상품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직원 KPI를 감점시키거나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특히 고객 수익률평가를 여전히 KPI에 반영시키되, 이 수익률 평가 항목에서 ELS·ELT 상품은 아예 없앴다.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만 65세 이상을 '부적합투자자'로 구분시켰다. 만 65세 이상이 투자상품에 가입했다면 직원 실적을 차감시킨다. 특히 올해부터는 비이자이익 평가 항목에 투자상품을 아예 제외시켰다. 은행 수익이 높다고 할지라도, 고위험 상품을 고객에 가입시키는 리스크가 더 부담된다고 본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ELS와 같은 특정상품을 KPI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로 투자상품 잔액에 대한 KPI평가가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만 80세 이상 초고령자에게 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해당 실적을 잔액 평가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하나은행도 투자상품에 대한 수익률 평가를 KPI에 연동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고객의 포트폴리오 중 투자상품 비중이 낮다면 직원 KPI에 가점을 부여한다. 80세 이상 초고령자에 대한 투자상품 판매시 실적에 반영시키지 않음으로써 과당경쟁 요인을 없앴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권에서도 KB국민은행처럼 투자상품을 KPI에 반영시킨 것 자체가 불완전판매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고객의 전체 수익률이 아닌, 투자 상품을 실적에 반영시킨다면 상품 리스크보다 가입에만 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이미 수년전부터 투자상품을 KPI에 반영시키지 말라고 지도를 해왔다"면서 "투자상품을 KPI 항목에 넣는 것는 영업행태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이 금감원의 불완전판매 비난에 고령자 기준을 확대하고 투자상품 가입 실적을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앞으로 ELS 만기 도래액이 커지면서 관련 민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에만 8000억원 규모의 ELS가 만기되는데 2월에는 1조4000억원, 3월에는 1조6000억원, 4월에는 2조6000억원으로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이미 지난 5일 만기가 도래한 고객들에게 H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이 약 50% 가까이 났다는 내용으로 고객들에게 만기상환을 안내했다. KB국민은행은 8일인 이날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이날 H지수 종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계산해 9일부터 고객들에게 손실된 만기상환 내용을 안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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