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다시 커지는 ‘악성 미분양’ 공포… “건설사 줄도산 위기”

다시 커지는 ‘악성 미분양’ 공포… “건설사 줄도산 위기”

기사승인 2023. 11. 23. 16:3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다 짓고 안 팔린 아파트 수두룩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연내 최다…2개월 연속 증가
분양가 할인·계약금 정액제 혜택에도 미분양
고금리에 건설사 자금 유동성 위기 우려
올해 월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추이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로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3~4개월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준공 후 미분양은 입주하고도 집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주택을 말한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 착공부터 완공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간 시장의 외면을 받는 물건인 셈이다. 이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수요 심리가 급격히 위축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올 연말과 내년 초 분양시장에 '악성 미분양' 공포가 크게 들어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에 걸쳐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951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1월(7546가구)부터 6월(9399가구)까지 계속 늘다가 7월 9041가구로 잠시 줄더니 8월(9392가구)에 이어 2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정부의 가계대출 압박 시도가 맞물린 영향으로, 주택 수요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 상단은 연 7% 수준에 다다랐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근래 국내 금리가 지속 동결되고는 있지만 아직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어 하향 조정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고금리 여파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상황에선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섣불리 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악성 미분양' 물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입주를 앞두고 무순위 청약('줍줍')을 통한 물량 소진에 힘을 쏟는 분양 단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시장에서 '악성 미분양' 단지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계약자 모시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는 지난달 23일 전용면적 36·46㎡형 7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았는데, 8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12대 1에 그쳤다.

이 단지는 올해 1월 10일 1순위 청약에서 1150가구 모집에 257개의 통장이 접수해 0.22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거두면서 분양가 10% 할인,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도입 등 자구책을 꺼내든 바 있다. 하지만 오는 27일 사용 승인 획득 및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도 계약을 마감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공 후 미분양 단지로 남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수차례의 청약 시도에도 '완판'(100% 분양 완료)에 실패한 단지도 있다. 경기 부천시 여월동 일대에 들어서는 '브라운스톤 여월'은 올해에만 4번째 무순위 청약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집주인을 구하고 있다. 이달 초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도 29가구 모집에 44명만 신청하면서 평균 1.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입주 예정일인 내년 1월이다.

서울 분양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조성 중인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는 올해 5월부터 지난 13일까지 무순위 청약을 6차례나 진행했다. 직전 무순위 청약에서도 12가구 모집에 33명이 접수해 2.75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단지의 입주 예정일이 내년 4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악성 미분양 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적체될 경우 건설사들의 도산 위기가 커진다는 점이다. 통상 아파트 분양사업은 건설사가 공사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먼저 대출받은 뒤 분양 수익으로 이를 갚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이 오랜 기간 팔리지 않으면 건설사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 경색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심한 경우 자금을 빌려준 금융업계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미분양 물량 산적에 따른 건설업계의 자금 유동성 위기 고조로 도산 위험에 내몰리는 중소 건설사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