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출 2兆 목표”…한국형 이지스구축함 산실

'HD현대重 울산 특수선사업부' 가보니
정조대왕함, 해상기반 기동형 3축 체계 구축
함대공 미사일 SM-6 탑재…수출 경쟁력 확보
국내 최초 리튬전지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 구축

울산조선소 내 정조대왕함(왼쪽부터), 충남함 전경./HD현대중공업

지난 20일 오전 HD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 내에 위치한 특수선야드. 울산조선소 크기는 560만㎡에 달한다. 이곳에는 세계 최고 조선사 타이틀을 거머쥐게 만든 한국형 이지스구축함의 산실인 특수선사업부의 오랜 역사가 담겨 있었다. 7000톤급 이상 이지스구축함의 자체 설계 및 건조가 가능한 나라는 현재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3번째다. 50여년 전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민족의 잠재력을 보여주자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도전정신이 녹아든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이 실전 투입을 앞두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한국형 이지스구축함의 산실인 특수선야드 전체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정조대왕함 선상./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자신감 정조대왕함·충남함…해군 핵심 전력 강화

HD현대중공업의 울산 특수선야드에는 정조대왕함과 충남함 2척이 나란히 정박해 있었다. 정조대왕함은 길이 170m, 폭 21m, 8200톤급이며, 선가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Batch-Ⅰ(세종대왕함급) 대비 600톤 증가했으나 스텔스 성능은 더 강화됐다. 그간 해군의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의 탐지와 추적만 가능했는데, 정조대왕함에는 요격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최신 이지스전투체계를 탑재해 탄도미사일의 탐지, 추적, 요격이 모두 가능한 해상기반 기동형 3축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이번에 도입될 함대공 미사일 SM-6가 정조대왕함에 먼저 탑재된다.

아울러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첨단 통합소나체계 탑재로 수중 위협에 대한 탐지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장거리 대잠어뢰와 경어뢰를 탑재해 적시적인 대잠공격이 가능해졌다. 2024년부터 도입되는 MH-60R(시호크) 해상작전헬기 탑재가 예정돼 있어 대잠작전 능력도 보유하게 됐다. 정조대왕함은 지난해 7월 28일 진수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시험평가를 마친 후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조대왕함 옆에는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충남함이 보였다. 충남함은 길이 129m, 폭 14.8m, 3600톤급의 최신예 호위함이다. 5인치 함포, 한국형 수직발사체계, 경어뢰, 대유도탄기만체계 등을 주요 무장으로 장착하고 있다. 해군에서 운용 중인 구형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을 대체할 6척의 3600톤급 신형 호위함 울산급 Batch-III의 첫 번째 함정이다. 지난 4월 10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진수된 이후 현재 시험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울산조선소 통합디지털 관제센터./HD현대중공업

◇ 함정 운항 데이터 관리하는 '통합디지털 관제센터'…수출 경쟁력 높여

이날 HD현대중공업은 울산야드 내에 있는 190평 규모의 통합디지털 관제센터를 선보였다. 이곳에선 선박 제어, 선박 관제 및 안전운항 모니터링 등 함정 운항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하는 모든 선박들의 해상 시운전 기간 중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원격으로 전송받아 관리한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그간 100여 척의 국내외 함정을 건조했고, 14척의 함정 수출 실적을 기반으로 중동과 남미까지 수출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매출 규모를 현재보다 2배가량 늘려서 특수선사업 분야만으로 독자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 2030년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수상함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구매 소요가 많은 1000톤급에서 2000톤급의 원해 경비함(OPV)의 3가지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필리핀 원해경비함 등을 수주한 상태다. 3000톤급 내외의 호위함 및 초계함 수출 분야에서도 필리핀 수출 함정 모델과 울산급 호위함 등을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리튬전지(리튬이온폴리머)를 이용해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잠수함의 가장 중요한 성능 중 하나인 잠항 지속시간을 1.5배 이상 높이고, 수중 최대속력 지속시간은 3배 이상 향상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전력공급 기술 고도화의 핵심인 리튬전지 적용과 실증 경험을 토대로 세계 각국의 잠수함 수요에 대비해 수출형 잠수함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은 "미래 전장 환경에 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동시에,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형·수출형 함정개발을 통한 방산 수출을 지속 확대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