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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칼럼] 정치·이념 과잉이 빚은 ‘교권 침탈’

[조동근 칼럼] 정치·이념 과잉이 빚은 ‘교권 침탈’

기사승인 2023. 07.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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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올해 초등교사가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사건과 서울 모(某)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폐지를 포함한 개정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수많은 사회적 우려 속에 2010년 9월 좌파 교육감 김상곤의 주도로 경기도의회를 통과하면서 모습을 드러냈고 그 후 좌파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교육지자체로 확산됐다. 

학생인권조례는 태어나서는 안 될 조례였다. 인권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당연히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또는 국가에 청구해야 할 불가침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정당화되려면 학생은 국민 밖에 존재하는 '별도의 국민'이어야 한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를 보자. 제 3조 1항은 "학생인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명기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로 되어있다.

조례 제3조 2항은 "학생의 인권은 이 조례에 열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시되어서는 아니 된다"이다. 헌법 제37조 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이다. 같은 내용이다. 조례 제3조 3항은 "학칙 등 학교 규정은 학생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할 수 없다"이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공공복리 등의 이유로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로 되어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헌법의 상위 법이 될 수 없는 한, 학생인권조례는 그 자체가 군더더기다. 학생인권조례가 '정답'이라면 모든 직업과 직종에 인권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운수노동자 인권조례, 건설노동자 인권조례, 외국인 건설노동자 인권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는 과유불급의 독소조항이 가득 차 있다. 심지어는 학생과 교사를 적대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 조례 16조 2항은 "학교는 학생에게 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 등 진술을 강요해서는 아니 된다"이다. 학생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경우 반성문 거부도 가능하다. 

조례 5조 1항은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로 되어있다. 조례 제16조 1항은 "학생은 세계관, 인생관 또는 가치적·윤리적 판단 등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권선언을 방불케 한다. 학생은 공적 교육시스템하에서 현직 교사의 지도를 받는 피교육자이다. 학생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적·윤리적 판단은 형성 중으로 아직 완성단계에 있지 않다. 현직 교사에 의해 학생의 가치관이 계도 되지 않고 도리어 침해되었는지를 묻고 싶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31조 7항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체적 고통을 줄 수 없다"로 되어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명기한 합리적인 조항이다. 그럼에도 학생인권조례에서는 '불가피한 경우가 없다'고 반박하며,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체벌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상위법을 침범한 것이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는 교육청에 '학생인권옹호관' 1명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역시 과유불급이 아닐 수 없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등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 자신에게도 교육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양천구 교사 폭행사건이 웅변하고 있다. '분노 조절 장애' 등의 문제로 하루 1시간씩 특수반에서 상담 수업에 참여하고 있던 남학생 A군이 체육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자 A군을 설득한 담임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이미 A군에게 한 차례 폭행을 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던 교사에게 2차 폭행이 가해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군 부모의 태도이다. "아이가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고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데 교사가 아이를 차별하고 혼내서 벌어진 일"이라며 '교사와 동료교사를 아동학대죄로 고발하겠다'고 주장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차라리 '홈 스쿨링(home schooling)'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학생은 미성년자이기에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학부모는 경우가 다르다. 학생인권조례로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서 '학생에게 기울 대로 기운 운동장'이 만들어낸 또 다른 참상이다. 

학교의 권위를 가볍게 보고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사회에서 좋은 인적자원이 교육계에 투신하겠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교육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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