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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요람에서 무덤까지’ 외국인 손에…

[이경욱 칼럼] ‘요람에서 무덤까지’ 외국인 손에…

기사승인 2023. 07.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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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최근 베트남에서 꽤 오래 일하다 돌아온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요약하면 베트남에 사는 친구들과 협력해 '베트남 출신 간병인' 수입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요양원 생활 노인층을 조선족 출신 간병인들이 독점적으로 돌보고 있다는 말은 전혀 낯설지 않다. 조선족은 한국어를 할 줄 알기에 요즘 월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꽤 비싼 간병비를 받고 일한다고 한다. 독점이라서 간병인 비용이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는 탓이란다. 간병인 한 명이 맡는 노인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서비스 질의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베트남 간병인을 수입하면 간병비가 낮아질 것이고 간병인 구인난도 덜어질 것이라는 게 지인의 주장이었다. 이렇게 되면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어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베트남에 한국어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기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자신했다. 이미 베트남의 한 대학 한국어학과와 간병인에게 필요한 한국어 통역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류 영향 덕에 간병인으로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제법 많다고도 했다.

노인층 간병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가족 모두가 비용을 대느라 끌탕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흔하디 흔하다. 간병비 탓에 화목했던 가족 관계에 금이 간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급속한 고령화에다 맞벌이 가정이 급증하면서 집안의 노인을 돌봐줄 가족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뿐만 아니라 유아들도 부모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오죽하면 아장아장 걷는 유아들조차 기저귀 차림에 유아 돌봄 시설에 몸을 내어던져 맡길까.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저출산 탓에 한국인의 핏줄이 옅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외국인을 '모셔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일하도록 해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당도했다. 한민족, 단일민족의 의미는 점차 퇴색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관계없이 모두 소득을 창출하고 국부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 아니겠는가. 

그러던 중 정부가 이르면 올해 안으로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근로자 약 100명을 서울에 있는 가정에서 가사·육아일을 하도록 관련 법 등을 손질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에도 필리핀 보모에게 어린 자녀를 맡기면서 영어도 가르치는 가정이 꽤 있다고 들었다. 일부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의 영어가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영어와 달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식 영어 구사자는 구하기가 힘들뿐더러 그들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격 검증도 절대로 쉽지 않다.

그 지인은 정부의 외국인 가사 근로자 개방 소식을 매우 반겼다. 베트남 간병인 수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려면 우리 정부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상태라고 힘주어 푸념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운영의 묘다. 외국인을 들여와 우리의 어린 자녀들과 노인층에게까지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또 다른 차원의 과제이며 숙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정부가 복지를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앞에는 복지 문제에서 더 나아가 돌봄 서비스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이러다가 우리를 평생 외국인에게 내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절박함은 성급하고 지나칠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외국인 도우미 정책을 우리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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