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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공무원 정년연장이 우선은 아니다

[전삼현 칼럼] 공무원 정년연장이 우선은 아니다

기사승인 2023. 07. 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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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부가 최근 공무원 정년을 2000년 이후 임용자부터 65세로 5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년 연장은 연금 고갈뿐만 아니라 노동력 부족, 부양인구 부족,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왜 공무원 정년을 먼저 연장하는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명분이 약하면 그 정책은 안 하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정부는 고령인구 급증과 청년인구 급감에 따른 연금 재정과 노동시장의 생산성 문제 해소를 그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언뜻 들으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이 명분은 공무원보다는 국민연금 대상자인 비공무원에 더 적합한 논거인 듯하다. 

비공무원의 경우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정년 60세 법)'상 60세가 정년이고 63세부터 연금수급 대상이 된다. 즉 3년간의 연금 공백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반면에 공무원은 동일하게 60세가 정년이지만 연금수급은 61세부터 시작된다. 즉 1년간의 연금 공백만 겪으면 된다.

이러한 연금 공백 간의 격차는 향후 3년 후부터는 더 벌어지게 된다. 비공무원의 경우 1965년생이 60세가 되는 2026년부터는 4년, 1969년생이 60세가 되는 2029년부터는 5년간의 공백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2032년부터서야 비로소 4년간 연금 공백을 겪게 된다.

결국 비공무원은 공무원보다 6년 앞당겨 4년간의 연금공백을 감당해야 하고, 추가 3년 후에는 5년간의 공백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공무원보다는 비공무원의 정년연장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격차는 법이 정년을 60세로 고정해 놓음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법으로 정년을 연장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우선순위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공무원보다는 비공무원의 정년연장이 수치상으로 더 시급하다. 그래도 정부가 비공무원보다 공무원 정년을 먼저 연장하려고 하는 이유는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공공부문이 먼저 시행하면 민간부문도 따라 오는 과거의 관행을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년연장 문제는 종래의 관행을 따르기에는 우려스러운 점들이 많다. 우선 공무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행정부 국가공무원 정년퇴직자는 2013년 4383명에서 2022년 1만40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현행 추세로 보면 정년이 5년 연장되는 경우 향후 행정부 국가공무원만 따져도 5년간 매년 1만 명이상이 증가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행정부 공무원이 12.4%나 증가했는데 윤석열 정부 때는 이를 상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큰 정부'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공무원 연금 문제를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종국에는 비공무원에게 더 시급한 정년연장 문제를 공무원이 이슈화해 사회적 갈등만 초래하고 시행이 지연되거나 아예 논의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간에 공백 없는 법 제도가 일반적인 점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도 법률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래도 비공무원들의 정년연장을 위한 마중물로 공무원 정년연장을 이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년 연장 문제는 연금 고갈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이 직면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 요인에 대한 선제 대응 마련 없이 정치적 목적만을 가지고 이를 추진하는 경우 자칫하면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킨 정부실패의 대표사례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서 각각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대응 방안을 마련한 후 선후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우선 공공부문과 관련해서는 정년연장으로 공무원 수 증가로 인한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신규 채용 공무원의 수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고위공직자가 뺏어간다는 비판을 받아 출발부터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공무원의 규제자 역할을 대국민 서비스제공자로 대폭 전환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국민 서비스 부처의 정년은 연장하고 규제부처는 이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간부문과 관련해서는 지금처럼 노조의 불법파업이 폭넓게 용인되는 상황에서는 정년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괴물이 될 수 있다. 임금체계의 개편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연공성이 강해 고령자의 계속 고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성과나 노동시간에 비례한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65세 정년을 원하는 근로자는 60세 이전에 비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기간제 근로 허용 기간도 2년에서 5년 이상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스스로도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등 직장 근로 환경을 개선해 고령 노동자들의 체력적인 문제를 보완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챗GPT의 등장은 공무원은 물론이고 비공무원의 역할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년제도가 도입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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