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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혁 군이 상처받지 않는 나라를 위해

[칼럼] 민혁 군이 상처받지 않는 나라를 위해

기사승인 2023. 07.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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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지방선거 투표권을 어디까지 부여해야 하는가. 최근 떠오른 쟁점이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선 대한민국 국민만 투표권을 행사한다. 국가를 대표하거나 법을 정하는 이들을 뽑는 것은 주권 사항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장, 시·도교육감, 지방의회 의원 등을 뽑는 지방선거에선 외국인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영주권 취득 이후 3년이 지났다는 요건만 갖추면 된다. 지방행정은 중앙정부와 달리 지역주민에 대한 사무를 다루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인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같은 현행 법률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에 거주 중인 중국인 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는데,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겐 참정권이 보장돼 있지 않으므로 외교적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도 중국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하태경 의원은 "이 문제는 상호주의보다 주민성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현행 제도가 "개방적으로 열린 지방자치"를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국가를 지목해서 투표권을 부여하지 말자고 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 안에서 벌어진 이 같은 논쟁은, 한국 사회의 미래와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 21세기 대한민국이 과학과 문화, 산업에서 거둔 거대한 성취는 국수주의를 넘어선 개방화 때문에 가능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문화 개방 조치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다양한 비판이 있었으나, 지금 돌아보면 한국 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한 조치였다. 그리고 이 같은 개방화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소수자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외국 인재가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낮다.

외교적 상호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주장이 위험한 것은 그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개방경제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외교적 상호주의를 무리하게 적용하면 우리의 민주주의와 인권, 개방성이 자칫 퇴행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성취를 가능하게 했던 조건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이 논쟁을 보며, 교육감으로 일하며 만났던 서울 학생들의 얼굴을 찬찬히 떠올리게 된다. 특별히 이란 출신의 김민혁 군이 생각한다. 민혁 군은 2010년 7살에 아버지의 사업차 한국에 들어왔다가 종교 문제로 난민 지위를 얻었다. 비자 만료 후 다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이후 난민으로 겪은 사연은 눈물겹다. 다행히 민혁 군의 중학교 친구들이 캠페인을 했고 나 역시 작게나마 힘을 보탰다. 민혁 군은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인권과 사회복지를 연계한 활동을 꿈꾸고 있다.

민혁군 같은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동안에는 아무런 장벽이 없다. 하지만 학교의 역할만으론 한계가 있다. 학교 밖 사회에서도 불필요한 장벽이 사라져야 한다.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을 비례대표로 공천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가 앞장서는 만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제2, 제3의 이자스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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