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탕감 제동, 동성애자 서비스 거부권 인정
"보수 법률운동 주요 목표 현실화"
사회적 의제, 보수적...정치적 의제, 진보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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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는 이같이 전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대법관 3명 지명에 따라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보수 6명·진보 3명으로 재편된 370일 만에 이 두건이 모두 현실화됐다고 강조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6월 24일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인정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공식 폐기, 각주(州)가 낙태 제한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미국 대학 입학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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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8월 연간 소득 12만5000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 가구의 학생에 대해 1만달러의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주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무상 학자 보조금 펠 그랜트(Pell Grant) 대출자에게는 추가로 1만달러를 탕감해 최대 2만달러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03년 도입된 '고등교육 구제 기회법(HEROES Act)'에 따라 이 같은 학자금 대출 탕감을 위한 법적 권한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주도의 6개주는 교육부 장관이 '전쟁이나 기타 군사 작전 또는 국가 비상사태와 관련해 학생들을 위한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2003년 연방법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넘어섰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교육부는 4300억달러 규모의 학자금 대출 원금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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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대법원이 이번주 당파적 노선에 따라 분열된 '어퍼머티브 액션'·동성애자 권리·학자금 대출에 대한 블록버스터급 보수적 판결을 내리면서 익숙한 형태로 회기를 마쳤다"며 "지난해 6월 낙태권 폐지와 총기 소유 권리 확대 판결만큼은 충격적이지 않지만, 새로운 판결은 이들과 궤를 같이하며 법원이 시민권에 대한 진보적 개념을 후퇴시키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를 좌절시키는 등 보수적 법률 운동의 의제를 여전히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NYT는 "이번 회기의 대법원은 전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1년이 지난 지금 대법원은 여전히 매우 보수적이지만 대법원의 정당성을 중시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적절한 점진적 접근 방식에 더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의 전략과 표결로 상당한 수의 진보 진영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공화당이 다수당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주 의회의 선거구 획정에 제동을 건 주 대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6대 3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루이지애나주 연방하원의원 선거구 6개 중 1개구만 33%인 흑인 주 인구를 반영한 선거구 획정에 제동을 걸었고, 지난달 8일엔 앨라배마주 인구의 27%를 차지하는 흑인이 다수인 선거구를 한 곳 더 늘리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판단을 하면서도 정치적 의제에 대해서는 소수의 권리를 중시하는 판결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