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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동석 칼럼] 규제의 비용과 편익, 제대로 평가하자!

[옥동석 칼럼] 규제의 비용과 편익, 제대로 평가하자!

기사승인 2023. 07. 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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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동석 인천대학교 교수
문재인 정부는 정부운용의 목표를 사회적 가치로 규정하였다('정부혁신종합계획', 2018.03). 사회적 가치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서 구체적으로는 인권, 안전, 환경, 복지, 공동체, 사회적 약자 배려, 일자리, 시민참여, 대-중소기업 상생, 지역활성화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 

정부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러한 인식은 시장이 사회적 가치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과연 시장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가! 만약 우리가 이러한 인식에 머물러 있다면 시장에 대한 규제만이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킨다고 쉽게 오해할 것이다.

시장과 정부는 동일한 목표를 위한 양립적 수단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시장은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한다. 반면 정부는 국가의 주권을 행사하는 조직으로서 강제적인 권력으로 법을 집행하며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고자 한다. 이렇듯 시장과 정부는 모두 개인의 행복이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추구하지만 사용하는 수단을 서로 달리할 뿐이다. 

그런데 시장과 정부는 완벽하지 않기에 시장실패와 정부실패가 모두 나타난다. 우리는 정부가 교정하고자 하는 시장실패와 정부로부터 나타나는 정부실패를 어떤 방법으로 평가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00여 년간 서구 지성계는 후생경제학에 기초한 비용편익분석을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비용편익분석은 정부 개입이 창출하는 사회적 편익과 정부 개입에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을 단 하나의 계량적 척도로 평가하 는데 탁월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계량화에는 이런저런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량화가 없다면 우리는 정책적 판단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 다양한 가치의 총합은 비용편익분석으로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균형 잡힌 정책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각각의 가중치에 따라 적절히 총합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총합에 대한 판단 없이 각각의 가치만을 강조하다 보면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구 지성계는 비용편익분석에 주목하였던 것이다. 

비용편익분석은 다양한 가치들을 총합할 때 사용하는 가중치로서 시장가격을 채택한다. 시장가격은 개인들이 무엇을 얻기 위한 대가로서 기꺼이 지불하는 금액(가치)이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자율적 선택에서 표출되는 시장가격만이 다양한 가치들을 비교하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다. 

물론 시장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시장가격에 준하는 잠재가격을 도출하여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을 총합하면 개별 정책의 우열은 편익(B)과 비용(C)의 차액 또는 이들의 비율(BC 비율)로서 표현될 수 있다. 

비용편익분석이 1930년대 미국에서 공공투자에 처음 적용된 이후 발전을 거듭하며 1980년대에는 정부규제를 포함한 정책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정부정책의 구체적 비용과 편익을 국민들이 냉정하게 인식하도록 하였기에 이익집단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비용편익분석이 정책판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서구에서는 좌우의 정권교체 속에서도 꾸준히 자리를 잡아갔다. 2000년대 이후에는 OECD, UN 등 국제기구들에서도 이를 적극 권고하기 시작하였다.

◇ 규제는 편익이 비용을 초과할 때만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 비용편익분석을 본격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정부의 공공투자에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도입하였고, 정부의 규제에는 규제영향분석을 도입하였다. 그런데 공공투자의 예타는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지만, 규제영향분석은 아직까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타에서는 공공투자 사업별로 200쪽을 상회하는 보고서가 작성되고 있지만, 규제영향분석에서는 3쪽 내외의 형식적인 보고서만 작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타와 달리 규제영향분석이 형식적 절차로 전락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규제영향분석에서는 예타와 달리 편익과 비용의 비율을 제시하는 것이 의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타에서는 BC비율이 1을 넘지 못하는 사업은 채택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초기부터 확립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예타는 계량화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고 또 정책적 판단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둘째, 규제영향분석은 개별 규제를 소관하는 정부부처가 직접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타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사업을 사업부처가 아닌 예산당국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였기에 예타가 상당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규제에서는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큰 경우에서도 이익집단의 영향에 노출되는 정부부처가 직접 규제영향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성과는 기업들의 소소한 애로사항 해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적 신산업 육성 등 국민들의 정서가 아닌 이성에 호소할 수 있는 규제개혁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규제개혁은 긴 호흡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익집단의 카르텔을 돌파하기 어렵다. "편익이 비용을 초과하는 규제만 채택한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개별 규제의 총체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때, 규제개혁을 위한 국민들과의 소통은 보다 더 원활해질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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