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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구멍 뚫린 초고령사회 노인 주거정책

[장용동 칼럼] 구멍 뚫린 초고령사회 노인 주거정책

기사승인 2023. 06.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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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마곡지구에서 공급된 고급 노인복지주택이 나이든 계층에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식사 등 주거 서비스가 제공되는 도시형 시니어 임대주택으로 적격인데 너무 비싸고 생활비가 많이 들어 망설이는 가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은 건국대 앞 더클래식500, 노인복지주택의 효시인 신갈 노블카운티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생활 여건이 나은 노후 가구는 하이엔드급 실버타운이 여기저기 생기면서 갈 곳이 없지 않다. 문제는 가난한 노년층이다. 오는 2026년 노인인구는 무려 1857만명으로 2020년 813만명 대비 무려 2.3배가 증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33위로 꼴찌 수준이며 고령자일수록 후순위로 밀린다. 따라서 고령일수록 노인 취업률이 상승한다. 나이 들어 편히 쉬기보다 삶에 쫓겨 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 보증금이 수억 원대고 생활비가 수백만 원씩 드는 하이엔드급 실버타운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누구와 어디서 거주할 것인가도 문제다. 자녀와 거주한다는 사회적·도덕적 규범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가족 부양 책임 의식이 약화하면서 자녀 동거에서 부부 동거로 바뀐데다 생활비 역시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후 거처도 건강 상태가 좋을 때는 물론이고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편해질 때도 현재 집에서 거주하겠다는 의사가 중론이지만 환경과 여건은 전혀 미비한 상태다. 노인 요양시설 입주 의사도 31.3%에 달하지만, 현재 그런 수용시설은 1%대에도 미치지 않는다.

일찍이 정부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 촘촘한 주거 지원계획을 세우고 매년 수십조씩을 퍼붓고 있다지만 전혀 체감할 수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 든 세대는 고령 세대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고달픈 가정이 한 둘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환자, 치매 등이 있는 고령 가구는 더욱 큰 고통이다.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이 나서고 있지만 제각각 분절적이고 미온적인 정책뿐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 주거환경 보장,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가 고작이지만 실행 프로그램 역시 태반이 부족하다. 당장 주거정책만 보더라도 소득 1~2분위는 고령자 복지주택과 공공임대주택, 최상층 9~10분위는 노인복지주택(시니어타운)을 제공한다지만 3~8분위 소위 중산층은 뻥 뚫린 사각지대다. 국토부는 소득·자산 중심, 복지부는 일상생활 유지·건강 중심으로 각자 영역에서 따로 몰두하는 상황이다. 이미 때는 늦어 고령자 홍수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데 정책 기조마저 제대로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정부가 아쉽다.

스웨덴을 비롯해 덴마크·영국·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한 발 앞서 시설 거주 배제 원칙 속에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의 고령자 케어 내지 커뮤니티 케어로 급전환,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천양지차다.

우선 고령자 지원계획을 범정부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노인 주거정책 대상을 재분류하고 규모부터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소득 수준과 점유 형태, 거주 여건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도움 필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정책 대상자에 대한 재구조화 역시 필요하다. 주택 개조 등을 통해 낙상을 방지하고 장기요양 진입을 제어,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예방적 정책 공백도 시급히 조정해야 할 것이다. 살고 싶은 곳에서 편안하게 나이 들기를 지원하는 주거정책의 비전과 전략의 수립이 우선이다. 화두가 되고 있는 노인 복지 주택문제도 이에 준거해서 풀어야 할 문제다. 임대만으로는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노인복지주택에 탄력성을 부여, 중산층이 대거 복지주택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과정이 결국 병원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 감소와 연계된다는 점을 인식,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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